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의 치세를 일컬어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한다. 서기 627년부터 649년까지다. 사가(史家)들은 이 시기를 중국 역사상 나라가 가장 잘 다스려진 황금시대로 평하고 있다. 당시에도 인물난을 겪기는 요즘과 마찬가지였나보다. 태종이 상서우복야(尙書右僕射) 봉덕이(封德彛)에게 말했다. "세상이 안정되려면 인재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경에게 우수한 인물을 추천할 것을 명했는데, 아직 한 사람도 추천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인재를 발굴해야 하지 않겠는가?"

봉덕이 답변했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세상을 둘러봐도 별로 뛰어난 인물이 없어 찾고 있는 중이옵니다." 태종이 반론했다. "재능이 있는 인물은 다른 시대로부터 빌려 오는 것이 아니다. 모두 그 시대의 인물 가운데서 채용하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도 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태종에게는 지부상소(持斧上疏)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강직한 간의대부(諫議大夫) 위징(魏徵)이 있었다. 태종이 인재 등용을 논하는 자리에서 위징에게 "상벌은 가볍게 행해서는 안 되고, 사람을 쓸 때는 우선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위징은 답했다. "인물을 선발하는 일은 예부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공적을 조사하며 그 선악(善惡)을 생각합니다. 지금 어떤 사람을 쓰려고 하면 상세하게 그 행함을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인(善人)이라고 생각돼 등용하면 일을 잘 수행해 나가지 못한다 해도 단 재주가 부족할 뿐 커다란 해(害)는 없습니다. 잘못해서 악인(惡人)을 채용하면 그 인물이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을수록 더욱 해가 됨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출범해 정권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급조된 듯한 현재의 인수위원들이다. 때문에 순탄히 정권 인수가 이뤄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정부 인수위는 출범 후 첫 과제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회동’ 문제 하나 성사시키지 못하고 무산시켰다. 이유가 어떻든 이해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난 후 이보다 더 큰 국민들의 관심사는 없었다고 본다. 국민들은 실망이 컸다. 이 정도 문제 하나 매듭짓지 못하는 인사들이 어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내외 제반 현안을 풀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윤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식에서 국정과제의 기준은 ‘국민과 국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원들이 곧 차기 정부를 이끌어 갈 내각 구성원은 아니지만 윤 당선인은 인재 등용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알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모든 일이 잘 된다. 동량지재(棟梁之材)는 찾으면 있다. 강을 건넜어도 배를 버리지 못해 실패하곤 했던 역대 정권들을 목도(目睹)해 온 필자다.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태공(姜太公)의 ‘팔징지법(八徵之法)’까지 인용하면서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그때마다 누차에 걸쳐 파당(派黨)을 짓고 일신의 출세나 지향하는 황충(蝗蟲)의 무리들을 경계하라 했다. 

공성신퇴(功成身退), 공을 이루었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고 한 철학자는 말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네 글자다. 정관(貞觀) 11년에 시어사(侍御史) 유계가 올린 상주문(上奏文)이 있다. "요즈음 나라의 법률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훈공이 있는 자 … 높은 지위에 있어서, 그 재능이 임무와 상응하지 않음에도 단지 뽐내기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고관(高官)은 편안함을 취하는 것을 봉사라고 생각하여, … 단지 시간을 때울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훈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예의(禮儀)와 녹(祿)으로써 우대하여 주면 됩니다. 노쇠한 사람들이나 또는 병에 걸려 머리가 이상해진 자들은 이미 이 시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러한 자들은 관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 지위에 두어서 현자들이 승진하는 길을 막는 것은 더없이 좋지 못한 일이옵니다."

비록 1천300여 년 전의 다른 나라 조정 상황이었지만 오늘날 우리 모습과도 너무도 흡사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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