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교육은 그만큼 오늘의 국가 발전과 국민의식의 성장에 당당한 주역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우리는 일찍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사상 아래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교육으로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 교육이 안타깝게도 이제는 OECD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세계 최저의 출산율, 고용절벽에 빠져 캥거루족을 양산하며 희망을 포기한 채 N포세대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헬조선’의 주범이 됐다. 여기엔 야만적인 경쟁교육에 의해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의 성장과 민주시민의 육성이란 교육목표는 한낱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토피아처럼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극심한 교육불평등을 초래한 우리 교육은 다시금 역사 속으로 들어가 새롭게 출발할 동기와 원동력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인류의 스승, 호학의 성인인 공자는 제자들이 기록한 생생한 실천적 기록에 의해 교육사상이 낱낱이 전해져 오고 있다. 빈부의 격차에 의해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시작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누구라도 신분이나 지위에 차별 없이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공자의 ‘유교무류(有敎無類)’의 교육사상은 다시금 새롭게 의미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당면한 사회문제인 ‘양극화’의 심화에서 ‘배움을 통해 차이가 없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즉, 사람들은 누구라도 차별 없이 가르침을 받아야 하고, 가르침을 받으면 차이가 없어져서 모두가 사회에서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현대인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현대는 시대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인간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클레멘트 코스’라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 볼 만하다. 이는 시카고대학 출신의 얼 쇼리스(Earl Shorris)라는 인문학자가 제안한 것이다. 그는 한 여성 재소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바로 이와 같은 인문학 공부의 코스를 만들었다. 그가 만난 여성 재소자는 자기들은 도심 중산층들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과 그들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를 갖지 못해 하류계층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교양과 문화적인 삶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얼 쇼리스는 단순한 기술지식이 아니라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존감 회복을 문제의 해결책으로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 인문학 교육을 시작했고, 그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클레멘트 코스가 됐다. 여기엔 노숙자, 마약중독자, 재소자, 전과자와 같은 사회적 실패자들을 참여시켰고, 이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회복시키는 데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에도 그 정신을 이어받은 노숙인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성프란시스 대학이 문을 열었고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은 인간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이는 현재 자신의 처지가 자신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기가 이끌 꿈과 비전이 곧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역사 속에서 배우고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교훈을 되살리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이 최첨단 기술에 의해 초연결된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 문명은 누구나 평등한 배움에서 시작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 만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히 그리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삶의 진화를 이루는 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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