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 명예교수
김준우 인천대 명예교수

대선이 끝나자 응당 시끄러워야 할 단체장과 교육감 뽑는 총선이 청와대 이전 이슈에 묻혀 그만 잠잠하다. 그러나 초·중·고 과정의 실질적 책임자인 교육감 선거는 자식의 장래뿐만 아니라 어쩌면 미래 우리 운명을 정할 일인 만큼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교육감이 도덕적으로도 존경받아야 하고 올바른 교육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종종 형사 입건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 직이 갖는 권력과 이권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 앞서 다시 한번 그 직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후보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의 목적은 소위 일반 국민으로서 필요한 기본적 소양을 쌓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학생들은 세계관 혹은 국가관 정립은 물론 공동체에서 살아가기 위한 규범을 익히고, 아울러 공동체가 영위할 수 있도록 국민적 조직화가 이뤄진다. 전자는 법과 도덕을 말하며, 후자는 명예나 애국심 등이다. 이로써 피교육자들은 공동체가 지향하는 이념을 숙지하게 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능력, 즉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교육감은 초·중·고의 실질적 교육에 대한 방향과 체계, 그리고 운영·관리에 대한 책임자이다. 이 중요성을 이해해 중앙정부나 지역정부에서는 교육청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예컨대 2022년 기준 약 14조4천억 원의 인천시 총예산과 비교하면 인천교육청 예산은 4조8천억 원으로 거의 30%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예산권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 소재 920개 초·중·고 교사들의 인사권 역시 갖고 있다. 이처럼 교육감이 갖는 권력이 막중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리 교육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날로 커지고 있는 사교육비와 무너지는 인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문제가 결국은 공교육의 질적 하락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사교육비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 14일자 일간지의 보도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20% 증가해 사상 최고 금액 약 23조4천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고등학생 1학년의 경우 한 명당 월 약 65만 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학생이 둘 이상 있는 평범한 가계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정부에서도 고육지책으로 교육방송에 소위 잘나간다는 스타 강사 강의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공교육의 붕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은 교권의 붕괴와 이에 따른 인성교육의 부재다. 교사가 부모들의 신고로 교장실에 불려가는 일이나 어린 학생들이 교사의 훈계를 참지 못하고 인터넷에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이처럼 교권이 아예 어린 초등과정부터 사회는 물론 그들의 부모에게서 무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부모나 학생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교사에게 학생의 권위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초·중·고 과정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부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실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사제와의 관계를 통해, 그리고 교사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필요한 가치를 배우고 가치관을 습득하는 것이지 단순히 머리로 암송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공교육과 교권의 붕괴는 근본적으로 대학입시 위주라는 고질적인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 좋은 대학이 출세와 좋은 직장의 바로미터가 돼 있고, 극히 제한돼 있는 입시 레이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입시 실력만을 위해 소위 우리 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모든 가치들, 즉 세계관이나 국가관, 가치관 그리고 작게는 교권 등을 모두 무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감은 이러한 교육현장의 모순을 불식시키고 교권을 회복하는 등 그가 맡은 공교육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요소들, 즉 첨단정보화 시대에 따른 첨단 교육, 코로나 환경의 익숙한 비대면 사회, 그리고 일반화되고 있는 평생교육 등 급변하는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적절한 교육시스템 준비 역시 반드시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다. 

중앙정부조차도 손을 놓고 있는 이 모든 것을 물론 일개 일선 교육감이 고민하고 바꾸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역 교육을 책임 맡고자 하는 교육감 후보는 공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최소한 이러한 사회 변화를 인식하고 나름 정책적 공약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것이 소위 교육 비전일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고 있는 국가관에 이러한 자신의 교육비전을 정초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에 정초해 초·중·고 교육에 대한 각론을 그의 교육철학을 통해 설명해야 한다.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좌편향이나 우편향의 이념적인 것은 정치판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판단력이 정립되지 않은 초·중·고 교육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다원적 가치를 갖는 사회 그리고 불명료한 가치를 갖는 사회에서는 교육수장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교육감에 따라 교육의 지향점이나 과정이 재단되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처음 주입되는 교육은 그들 평생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선이 현재의 우리 운명을 정하는 선거라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교육감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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