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4월 7일, 오늘은 제66회 신문의날이다. 예전 같으면 모처럼의 생일을 맞은 전국의 신문기자들이 설악산, 계룡산, 소양강 등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일 게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 환경 탓인지 세상이 변해 오늘이 ‘신문의날’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기자가 한둘이 아니다. 달력마다 각종 기념일이 적혀 있다. 몇몇 달력을 찾아봤다. ‘보건의날’은 표기돼 있어도 ‘신문의날’이 인쇄된 달력은 보이질 않았다. 신문기자 인생을 살아온 필자로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신문 읽기 사이에는 생각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나를 키운 신문 내 아이 키울 신문’, ‘세상이 소문을 쫓을 때 신문은 진실을 찾습니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3단체가 공모 선정한 올해 신문의날 표어 대상 1편과 우수상 2편 문구다. 신문의 특성과 가치를 단적으로 표현한 문구라 평가한다.

주지하다시피 신문의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이자 순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을 기려 정해진 날이다. 신문의날을 맞아 신문의 탄생사(誕生史)와 앞날의 운명, 사명 등을 약술(略述)해 본다. 

최초의 신문은 BC 59년 로마시대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로 알려져 있다. 이는 로마제국의 공식 일일 공고문으로 널판지나 석재에 중요한 사건, 즉 유명인의 재판과 처형 소식 등 사회·정치적 사건을 적시해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비치했었다. 한쪽짜리 종이신문은 8세기경 중국이 효시(嚆矢)라 한다. 인쇄본 종이신문은 15세기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독일의 각 도시에 배포돼 본격 신문시대를 예고했다. 이러던 신문은 17세기에 이르러 독일과 프랑스·영국 등 유럽 제국에서 정기 간행물 형태로 자리잡아 유럽 소식과 함께 아메리카나 중국의 정세도 간간이 실렸다. 이후 오늘날까지 신문은 발전을 거듭해 정보 전달의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됐다.

우리의 경우 최초의 근대 신문은 1883년 10월 31일 창간된 ‘한성순보(漢城旬報)’다. 10일에 1번씩 발행했으며, 크기는 국배판과 비슷했고 순 한문을 사용했다. 때문에 독자층은 중앙·지방의 관리들과 한문 해독이 가능한 양반계층에 한정됐다. 갑신정변(甲申政變)을 맞아 창간 14개월 만에 폐간됐다. ‘한성순보’가 폐간되자 조야(朝野)에서는 다시 신문 발간의 필요성이 거론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주간신문으로 기록되는 ‘한성주보(漢城周報)’가 1886년 1월 25일 창간됐다. 

10년 후인 1896년 4월 7일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을 보게 됐다. 이 신문은 한글 전용과 띄어쓰기로 제작됐고, 사실 보도와 논평 등을 실었다. 특히 영문판은 국내의 사정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의 신문은 일제의 침략을 규탄하는 등 항일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1905년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乙巳勒約) 이후 ‘황성신문(皇城新聞)’은 장지연(張志淵)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사설을 게재해 정간 당하기도 했다. 이는 이완용 등 친일분자들로 하여금 어용 성격의 ‘대한신문(大韓新聞)’을 발행하게 했다. 이렇듯 일제 하의 우리 신문은 질곡(桎梏)의 역사로 점철되기도 했으나 면연히 맥을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보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19세기 전신(電信)의 발달은 신문의 정보 전달 기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은 끝없이 발전해 라디오에 이어 TV까지 등장하자 신문은 종언(終言)을 고하는 듯했다. 

꽤 오래전 필자의 신입기자 시절이다. 당시 한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에게서 각종 통신매체의 발달로 인해 종이신문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신기술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종이신문은 크나큰 도전을 받고 있다. 신문은 공중파 매체로 인해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지 않으면 말 그대로 소멸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심층 취재 등 신문의 장점을 살려 특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문인(新聞人)들의 각고(刻苦)의 노력이 요청되는 시기다. NIE(신문활용교육)의 활성화 등 신문만이 지니는 이점을 극대화시켜야 하겠다. 신문의날을 맞아 지나온 신문의 발자취를 한번 반추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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