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군쟁(軍爭) 편은 실제 전투에서 승리하는 책략을 다루는 장이었다. 치수(治水), 치심(治心), 치력(治力), 이 세 가지는 적의 기세를 다스리고, 적의 장수를 다스리고, 적의 전투력을 다스리고, 적의 변화를 다스리면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적을 포위하는 데 도망칠 여지를 남겨 두고,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 적에게 심히 핍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 섬멸하기보다 도주할 마음을 먹게 하고, 자포자기하는 여지를 주라는 것이다. 완벽한 승리가 없을 리 없겠으나 잘 싸웠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상당한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교만이거나 만용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수한 병사의 시신 위에 승전 장군이라는 칭호를 받기 위해 무리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장군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현명한 장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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