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늪구비
바위늪구비

여강은 여주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원래 이름이다. 수천 년 동안 아름답고 맑은 물과 모래, 수많은 철새와 물고기가 공존하던 강이었다. 

여강길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 탐방로 여주 여강길’로 지정됐다. 경기도 최초였다. 여강길은 4대 강 사업 기간 이 사업을 반대하는 수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자연 보존의 순례길이었다. 

여강길은 순수한 민간 차원에서 처음 길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강길 생태학교’, ‘여강길의 재발견 구석구석 마을 여행’, ‘달빛강길’, ‘클린워킹캠페인’, ‘남한강 천오백 리길 물길잇기’, ‘회원의 날’ 등 비영리단체 여강길의 다양한 활동으로 해가 갈수록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특히 2020년은 여주시내에서 이포에 이르는 여강길 하류 코스가 만들어졌다. 10여 년 동안 여강 상류 중심으로 활동했고, 특별한 경우에만 하류를 걸었다. 다행히 여주시의 도움으로 여강의 상류와 하류가 연결돼 여강 300리가 걷는 길로 이어졌다.

# 여강길의 전 코스

여주역에서 도리마을까지 나루터의 흔적을 따라가는 17.5㎞의 1코스는 ‘옛 나루터길’이다. 

2코스 ‘세물 머리길’은 여주 점동면, 충주 앙성면, 원주 부론면을 지난다. 경기도·강원도·충청도 삼도가 접했고, 청미천·섬강·남한강 등 세 곳의 물이 만나는 21㎞의 코스다. 

3코스 ‘바위늪구비길’은 13.7㎞의 강천마을에서 신륵사까지로, 과거 바위늪구비 습지에는 이무기가 살았고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깊이를 재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3-1코스 강천섬길은 강천마을에서 출발해 강천섬을 한 바퀴 걷고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5.5㎞의 길이다. 

4코스 ‘5일 장터길’은 13㎞의 신륵사에서 장터를 지나 세종대왕릉역까지 가는 코스로 흔한 여주의 일상을 만나게 된다. 

5코스 ‘황학산 길’은 여주역에서 황학산수목원과 명성황후생가까지 가는 6.5㎞의 코스로 시내에서 즐겨 찾는 황학산이 테마가 된다. 

6코스 ‘왕터쌀길’은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세종삼림욕장, 입압, 여주보, 양화나루터를 지나 상백2리 마을회관까지 10.2㎞다. 

7코스 ‘부처울습지길’은 상백2리, 부처울습지, 계신리, 삼신당, 이포나루터, 이포보를 지나 당남리섬 입구까지 9.3㎞다. 

8코스 ‘파사성길’은 당남리섬 입구에서 파사성과 느네마을을 지나 시작점을 다시 만나는 5.4㎞의 원점회귀형 코스다.

9코스 ‘너른들길’은 당남리섬, 이포오토갬핑장, 여주저류지, 천남공원(여주보 우안)까지로 11.8㎞다. 

10코스 ‘천년도자길’은 싸리산 팔각정, 현암강변공원, 여주박물관을 지나 여주종합관광안내소까지로 7.2㎞다. 

10-1코스는 10코스의 지선으로, 수촌 싸리산 입구에서 고령토광산을 지나 하림리까지 싸리산 등산로를 지나는‘싸리산길’이라는 코스명이 있다.

신륵사
신륵사

# 그 중의 으뜸 명품길 3코스(바위늪구비길)

바위늪구비길은 강천마을회관에서 신륵사까지 길이다. 강천마을에서 볼 때 오른쪽 아래로 펼쳐진 바위늪구비는 남한강의 물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늪이다. 지금은 인공적으로 파놓은 수로 때문에 과거의 늪 지형은 많이 소실됐다. 강물이 늘면 남한강이 되고 강물이 줄어들면 늪이 된다. 더구나 굳센 바위와 검은 물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곳에 이무기가 산다는 전설을 들으며 자란 마을 사람들은 무서움 때문에 늪의 깊이를 재지는 못했다고 한다. 

늪을 따라 길을 걸어가면 자연이 속삭이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목아박물관을 지나 강 제방 둑을 따라가면 큰 천이 나오는데, 양평군 지평면에서 발원한 금당천이다. 금당천을 따라 3시간 정도 걸으면 국보와 보물을 많이 보유했던 고달사지 옛 절터가 나온다. 가을철 금당천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길도 권할 만하다. 억새와 수많은 쇠오리의 숨은 서식지가 곳곳에 숨었다. 이 코스의 마지막엔 천년고찰 신륵사가 있다.

목아박물관
목아박물관

# 바위늪구비길 톺아보기

바위늪구비길을 찬찬히 음미하며 걷다 보면 볼거리가 지천이다.

▶바위늪구비=말 그대로 큰 바위가 솟아 있는 늪이다. 늪이란 물이 흐르지 않고 가둬져 수많은 수생식물이 삶의 터전을 잡는 곳이다. 늪지도 여름철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물이 흐르기도 한다. 바위늪구비는 현재 늪이 아니다. 예전 늪이었을 때엔 250종 이상 곤충과 수생식물, 어류가 살았다. 4대 강 공사로 늪은 사라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바위 앞 강물은 명주 실타래가 다 풀릴 정도로 깊었으며, 용이 되기 직전 이무기가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늘 강물이 흘러 늪이 아니지만, 여전히 늪지대에 많이 서식하는 버드나무 숲과 억새 숲이 분포한다.

강천섬
강천섬

▶강천섬=강천마을에서 바위늪구비길을 걷다 보면 좌측(서쪽)으로 나무들과 넓디넓은 잔디밭으로 이뤄진 강천섬이 보인다. 오랜 세월 강물이 흐르면서 퇴적된 토사가 만들어 놓은 섬이다. 여름철 홍수기에는 섬이었다가 갈수기가 되면 일부분이 드러나 사람이 다니곤 했다. 

4대 강 사업 때 강바닥의 토사를 걷어내 물길을 낸 대신 2개의 다리를 놓아 접근이 용이해졌다. 섬에는 수도, 화장실이 있고 곳곳에 쉴 만한 벤치도 설치됐다. 또 섬 중앙을 열십자로 구획해 목련길과 은행나무길을 조성해 산책하기 그만이다. 섬 둘레로도 길이 있으며 경치 또한 절경이다.

▶단양쑥부쟁이=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과거 충북 단양부터 충주까지의 남한강 유역에 널리 분포했으나 하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여주 남한강변 일대에만 확인된다. 단양쑥부쟁이는 강변이나 냇가의 모래나 자갈로 된 비교적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군락을 이뤄 자란다. 강가에 살다 보니 범람으로 생육지가 자주 바뀐다. 단양쑥부쟁이라는 이름은 단양에서 나는 쑥부쟁이라는 뜻이다. 솔잎국화라고도 부른다.

여주 남한강변 일대에서만 확인되는 단양쑥부쟁이.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여주 남한강변 일대에서만 확인되는 단양쑥부쟁이.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목아박물관=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건립한 동양 최초 불교박물관이다. 한국 전통 목공예와 불교미술 계승·발전을 위해 1993년 6월 개관한 사립박물관이다. 관장이 수집한 600여 점의 불교 관련 유물과 직접 제작한 많은 작품이 전시 중이다. ‘목아’는 나무의 눈이라는 뜻이며,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금당천(반여눌)과 가정 이공=목아박물관을 거쳐서 다시 강변길을 걷다 보면 금당천을 만나게 되고, 천을 건너려고 제방으로 올라서면 동쪽으로 제법 큰 마을이 보인다. 마을 이름이 ‘가정리’다. 마을 주민들은 ‘반여울’이라고도 한다. 고려 말 덕망 있는 문신 중에 ‘이곡’이란 분의 호가 ‘가정’인데 귀양살이를 이곳에서 했으며, 반쪽은 물이 깊고 반쪽은 물이 얕았다고 해서 반여울이란 지명이 생겼다.

▶봉미산=여주시 북내면 신남리, 오학·천송동에 걸친 해발 156m의 산이다. 산의 형태가 봉황의 꼬리와 같아 봉미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산 남쪽으로 남한강이 있으며 신륵사(神勒寺)가 자리잡았다. 풍수지리적인 면에서 봉미산의 산자락(남한강의 지류인 여강에 봉황의 꼬리를 담근 위치, 물을 만나 형이 멈춘 곳)에 신륵사를 세워 용마에 굴레를 씌우고 다층 석탑을 세워 용마에 재갈을 물리는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여강의 성정을 다스리고 여주 고을을 홍수로부터 구했다는 의미를 담았다.

장보선 여강길 공동대표
장보선 여강길 공동대표

장보선 여강길 공동대표는 "여강길은 여주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여강을 따라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 4개의 코스가 만들어졌으며 2019년 1개, 2020년 6개, 2021년 1개 코스가 신설돼 여주의 산북면과 가남읍을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읍면동을 지나는 총 12개 코스를 운영 중"이라며 "2009년 경기도 최초로 문화 생태탐방로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한국의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영리 민간단체 여강길은 길 속에 있는 자연과 길을 걷는 사람, 길에 사는 지역민이 더불어 행복하게끔 지속발전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재 법인화를 준비 중이다. 

여주=안기주 기자 ankiju@kihoilbo.co.kr 

사진=<여강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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