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조수호 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휘몰아치던 부동산 광풍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언제 되살아날지 알 수 없는 잔불과 같다. 좁은 국토에 부양 인구가 많은 특성상 우리는 유달리 현금자산보다는 부동산을 좋아하게 됐고, 이는 부동산으로 야기되는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자산 비율은 가구당 64.4%라고 한다. 미국이 28.1%이고 일본이 37.9%임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부동산에 집착하는지를 알 수 있고, 2021년도에는 우리나라 부동산 자산 비율이 79.9%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은 하방 경직성을 가진다는 것과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신념을 가진 이상 이런 현상은 지속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수요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가진 자는 외견상 재산이 증가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가진 자에게나 못 가진 자에게나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이나 계층 간 갈등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상속이나 증여와 관련해 가족 간에도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지가가 폭등한 지역에 증여나 상속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는 벼락부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이를 나눠 가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문명사회에서는 사회적인 갈등을 합리적·합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공해야 하고, 증여나 상속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속인이 조상이 남긴 재산을 합법적으로 나눠 가지도록 한 권리가 유류분권이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에 의해서도 침해되지 않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일정한 범위의 근친에게 유보해 두고 그 한도를 넘는 유증이나 증여에 대해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유류분제도는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증여나 유증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 다른 가족에게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조선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에 따라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아들딸을 가리지 않고 부모의 재산을 공평하게 나눴으므로 유류분과 같은 제도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란 이후 노론의 장기 집권으로 성리학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면서 상속에서도 적장자를 중시하게 됐고, 이런 현상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도 지속돼 오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9년 민법 개정으로 유류분제도를 도입됐다.

 우선 유류분권을 갖는 자는 상속권이 있는 자 중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이고, 유류분의 범위는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이다. 행사의 시기는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 이런 사실을 모르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이내에는 행사해야 하고, 서면 또는 구두나 소송으로도 가능하다. 유류분의 가액은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시에 가진 재산에 증여재산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해 산정한다. 

 증여재산의 가액은 공동상속인의 경우는 상속 개시 1년 전 여부나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있는지 상관없이 유류분 가액에 포함되고, 제3자에 대한 증여나 유증의 경우에는 상속 개시 전에 1년간 행한 것이거나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받은 경우만 유류분 가액에 포함된다. 

 매매와 같은 유상취득의 경우나 증여와 같이 무상취득이라도 유류분제도 시행 이전인 1979년 1월 1일 이전에 취득한 경우는 제외한다.

 유류분제도는 이처럼 소외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재산권의 자유로운 처분인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론이 대두되고 있고,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 위해 유증 대신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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