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ESG는 이제 생소한 이슈가 아니다. ESG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게 된 시발점은 바로 ‘블랙록’의 발언 때문이었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투자 결정 시 단순한 재무적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블랙록의 선언 이후 글로벌 투자운용사들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사들도 기업의 ESG 성과를 투자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실제로 블랙록은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을 주식·채권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제외시켰다. 즉,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역시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1월 발표했다. 또한 ESG 경영을 하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SG 성과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면서 기업들은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ESG 경영은 과거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단순히 ‘착한기업’이 되는 것을 뛰어넘어 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공유가치의 의미를 담은 상생의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최종 목표로 귀결되는 경영 방식이다. ESG 경영을 통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워진다. 적극적인 ESG 경영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이를 통한 기업 가치 높이기가 최근 전 세계적인 경영 추세로 급부상하는 이유다. 

ESG는 크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세 가지 요소의 이슈를 통해 평가된다. 환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목표이며,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7년도 대비 24.4% 감축이 목표다. 이 목표치를 향해 기업이 어떤 노력과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한다. 사회 요소 이슈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업이 지속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평가하는 지표다. 크게 근로환경, 노사관계, 이해관계자 만족, 지역사회 기여, 노동환경, 성평등 문제에 대한 대응을 주로 들여다본다. 지배구조는 경영진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사회의 지원과 주주 권리 보호, 투명 경영의 이슈를 말한다. 

국내외적으로 ESG 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글로벌 투자기관 및 다국적 기업들은 평가지표에 ESG 기준을 편입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 증대로 인해 ESG 경영은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기업들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ESG 경영을 도입하며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는 경영전략의 하나로 적극 전환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철저하게 투자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의 경영활동 관련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에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로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 관점과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공급망과 기후 환경 리스크, 인권 및 안전, 환경에 연계된 리스크가 중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은 ESG 경영의 내재화가 기업 가치를 유지함에 있어 핵심 동력이라고 판단해 이를 비즈니스 특성에 맞춰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향후 ESG 경영은 신사업 기회, 리스크 관리, 파트너십 전략을 아우르는 통합 경영 관점에서 실천이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는 당분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가치에는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명목가치(Nominal Value)와 그 이면의 본질가치(Intrinsic Value)가 있듯이 기업의 가치평가는 기존 주주 중심의 재무적 성과 기준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의 비재무적 지표가 포함된 평가 방법으로 전환·발전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ESG 평가지표는 비재무 정보이기 때문에 취합이 다소 어렵다. 그러나 향후 ESG에 대한 정보 공개 기준이 강제화·표준화되면 현재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비재무적 정보 취득에 대한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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