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소재 경기상상캠퍼스. 수원역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 가능한 도심 속 힐링 명소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에는 좀처럼 발길이 향하지 않지만, 봄의 향기가 물큰 풍기는데다 그동안 우리의 행동반경을 제약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해제되면서 모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고자 최근 가족을 동반하고 다시 찾았다.

탁 트인 잔디밭과 그 위에서 뛰노는 아이들. 제법 푸르른 옷을 입을 크디 큰 나무숲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오래된 폐건물만 가득하고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던 이곳 상상캠퍼스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보금자리로, 지역주민에게는 안락한 휴식처이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만한 수원지역의 대표 명물로 자리잡았다.

경기상상캠퍼스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
경기상상캠퍼스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

#방치된 폐건물만 남아있던 도심 속 섬

10년이란 시간 동안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던 상상캠퍼스 터(옛 서울대 농생대 부지)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시점은 지난 2012년이다.

과거 이곳은 서울대학교 농생대가 위치해 장장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의 산실이 돼왔지만, 2003년 농생대가 이전한 이후로는 말 그대로 그냥 방치 상태였다. 

일부 숲 공간이 제한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긴 했지만 수십 년이 흘러 노후화된 건물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대로 세월의 흐름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조경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무성하게 솟아난 잡초들은 이곳을 도심 속의 섬으로 전락시켰다.

그러다 2012년 경기도 소유 부지인 안양시 경인교대 캠퍼스 부지와 정부 소유이던 이곳 수원 서울대 농생대 부지의 맞교환이 이뤄졌다.

이곳을 관할하는 주체가 경기도로 바뀌고 경기문화재단이 위탁운영을 하게 되면서 상상캠퍼스라는 새로운 명칭도 부여했다.

경기도는 2014년 1월 상상캠퍼스의 부지 활용 계획을 세우면서 젊음과 휴식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 지금의 상상캠퍼스가 탄생했다.

경기상상캠퍼스에 마련된 ‘청년1981’ 공간 모습.
경기상상캠퍼스에 마련된 ‘청년1981’ 공간 모습.

#주민과 함께 일군 다양한 테마공간

과거 서울대 농생대의 교육장으로 사용되던 건물들은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청년사업가들의 공간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는 지역 주민을 비롯해 예술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지역예술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의견수렴회에서는 이곳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도 설명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그려온 공간상을 제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마련된 비전은 ▶모두의 숲(도심 속 문화 휴식공간) ▶삶의 학교(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배움터) ▶미래의 캠퍼스(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창작공간) ▶생활문화플랫폼(함께 누리는 문화공유지대)으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형 공간이 순차적으로 조성됐다.

각 공간마다 색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데, 각 공간의 이름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한글 이름에 건물조성 연도를 조합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꿈꾸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공간별로 ▶생활1980-양봉, 텃밭, 요리, 그림책, 숲 체험, 수공예 공방, 어린이책놀이터 ▶생생1990-도자·유리 랩, 경기팹랩, 입주공방, 창작공방, 생활메이커 공간, 커뮤니티 및 영·유아 공간 ▶청년1981·공작1967-목공랩, 자전거랩, 뮤직랩, 건조·도색랩, 라이브클럽, 부루잉랩, 디자인랩, 미디어랩 ▶공간1986-그루버 입주공간(공연·미디어), 멀티벙커 ▶교육1964-도서관 및 대형강의실, 리빙랩, 워크숍룸, 오픈라운지 등의 테마공간이 마련됐다.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희희낙락 임(林)과 함께’ 프로그램이 열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코로나블루 치유의 숲놀이를 했다.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희희낙락 임(林)과 함께’ 프로그램이 열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코로나블루 치유의 숲놀이를 했다.

공간마다 운영하는 목적도 달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표적으로 ‘공간1986’은 공연, 미디어, 다원예술, 컨퍼런스 등 창작자와 시민들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창작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생활1980’은 생활문화를 확산하고자 개관한 곳으로, 연령별·대상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역민을 위한 자율학습 공간과 문화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생생1990’은 경기도민의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2017년까지 경기생생공화국으로 운영됐으며, 2018년 9월 ‘생생1990’으로 재개관한 곳이다. 경기생활문화센터인 ‘생생1990’은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문화동호회와 공동체, 지역장인, 일반인들의 생활문화 활동을 펼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청년1981’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의 창업·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문화기획자 양성을 위한 컨설팅 지원, 국제교류 및 청년네트워크 모임 지원, 공간지원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문화콘텐츠를 주로 진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누구에게나 열린 메이커스 공간인 ‘공작1967’, 시민문화 교육 플랫폼인 ‘교육1964’, 디자인 콘텐츠의 연구와 제작 중심의 디자인 특화공간인 ‘디자인1978’ 등도 자리잡았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이 추구하는 바는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이 가능한 배움의 터다. 자연, 시민, 문화, 청년이 어우러져 미래를 상상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일과 삶의 문화를 창조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다채로운 교육

상상캠퍼스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매주 열리는 ‘리틀포레’다. 문화축제 성격의 리틀포레는 도심에 자리잡은 숲속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향유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매력 중의 으뜸 매력이다.

상상캠퍼스에 입주한 뮤지션들을 비롯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정해진 순서에 맞춰 버스킹을 진행, 눈을 감고도 즐길 만한 여유를 제공한다. 저명한 아티스트가 아닌 음악동아리들도 이곳을 무대 삼아 다채로운 선율을 선사한다.

경기상상캠퍼스 잔디밭.
경기상상캠퍼스 잔디밭.

상상캠퍼스에서 이따금 열리는 아트마켓은 입주단체와 생활문화동호회 청년 창업가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상품과 핸드메이드 작품을 만나볼 기회를 선사한다.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하면 푸른 숲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필카클래스, 잔디 요가, 입욕제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바람이 선선한 가을 저녁에는 자동차극장에서 영화를 즐겨도 그만이다. 선착순 사전예약을 통해 영화를 관람할 때면 가족이 함께 차안에서,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불안에 떨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반려동식물과 함께할 만한 프로그램도 있다.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되는 반려동식물 프로그램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세상에 하나뿐인 반려동물 명찰 만들기와 반려동물 실크스크린 파우치 클래스, 반려식물 겨울나기 클래스 등이다.

숲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숲속에서 바람과 하늘을 느끼며 체험이 가능한 명상과 화분만들기, 그리기 등의 활동은 아이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어른들의 감수성마저 한껏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생활창작공방에서는 핸드드립 커피 과정과 환경 그림책 만들기, 뜨개질로 니트 만들기, 재봉틀을 활용한 원피스 만들기, 도장 만들기 등 갖가지 공방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디자인스튜디오에서는 유튜브용 영상 제작·편집 과정, 3D 프린팅, VR, 디지털스크린 강좌 등이 진행돼 관심 있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상상캠퍼스 곳곳에서 청년들이 운영하는 수제버거가게, 아보카도 주스를 맛볼 만한 카페, 책만 펴면 그대로 훌륭한 사색의 장소가 되는 도서관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덤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특혜’다.

#생활문화 동호회의 보금자리

상상캠퍼스 내 생생살롱, 무아지경 공간에서는 연중 생활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경기도민이 참여할 만한 동호회 활동이 계속된다.

생활문화를 함께하고자 하는 3인 이상의 동호회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동호회 활동을 위한 공간 제공에 더해 동호회 활동에 필요한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일부의 교육비도 지원된다.

생생살롱1은 20명, 생생살롱 2∼4는 10명 정도가 함께하기에 적당한 공간으로, 동호회 회의나 모임, 연습 등을 하기에 적합하다. 무아지경에서는 20명이 함께 댄스, 무용, 음악 등의 활동을 할 정도의 제반여건이 마련됐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우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꿈을 갈고 닦는 장으로 십분 활용된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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