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대통령 이·취임식을 방송으로 봤다. 퇴임하는 전임 대통령, 새로 취임하는 신임 대통령이 환영 인파에 둘러싸여 악수를 하고 손을 흔들었다.

특급 슈퍼가 아닌 보통의 국민으로 내려온 전임 대통령, 보통을 넘어선 특급 슈퍼로 봉황의 인장을 받은 신임 대통령, 두 분의 행로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취임한 날의 날씨는 화창한 오월답게 포근하고 바람도 잠잠해 수려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국민은 새 대통령에게 책임과 권위를 부여하고, 대통령은 받은 지위를 자유와 평등의 민주국가 수장답게 정당하게 펼쳐 국정에 임하기를 소망한다.

2015년 나온 아반떼 자동차 광고 카피가 신선해 충격을 받았었다. 최신 기술을 집약해 놓은 신형 아반떼 광고 ‘SUPER NORMAL AVANTE’ 30초짜리 짧은 광고는 멋진 차체와 드라이빙 모습을 다이내믹한 영상으로 보여 줬다. 

영상보다 강렬하게 꽂혔던 인상적인 광고 문구가 있다. "위대해지지 말 것. 소수의 전유물이 되지 말 것. 최선을 다해 보통이 되길. 놀라운 것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보통, 그 단어가 가진 위대함을. SUPER NORMAL AVANTE." 

아반떼 자동차를 광고해 주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 광고 카피는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뉴스에 나오면 문득 떠올라 뉴스의 주인공과 절묘하게 오버랩되곤 한다. 

보통으로 번역한 노멀은 최고, 최상, 멋짐의 뜻과는 다른 평범이나 대다수에 가깝고, 슈퍼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이기보다는 특별해 최고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인다. 두 단어의 조합은 생경해 어우러질 것 같지 않는데도 묘하게 가슴에 박혀들었다. 

선거철 정치인들이 외치는 말 중에서 가장 희박한 신뢰성을 유발하는 말이 서민과 더불어 보통 사람으로 유권자님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걷겠다는 구호다.

국회 청문회장에 나온 임용 후보자의 면면도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위와 정보를 이용한 이권 개입과 자식 스펙 쌓기에 초연한 분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강철 멘탈로 진폭 없는 표정이 청문회장의 덕목일 수는 없지만 윽박과 고함으로 제압하려는 핏대 세운 목소리도 호감은 아니다. 이래저래 소수의 전유물 놀이에 보통 국민들은 자괴감이 든다.

최고가 되기 위한 발버둥이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을 유발하고 발병한 합병증이 악화되면 세상이 조용할 수 없다. 세상의 보통이 보통으로도 충분히 존중 받는다면 세상의 질서는 편하고 안전한 아름다움으로 의미가 있어질 것이다.

놀라운 것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위대해지지 말고 소수의 전유물이 되지 말자는 말을 실행하는 지도자가 늘어나는 세상을 꿈꿔 본다. 

혹독한 경기를 치르고 빛나는 승자로 화려하게 개막했다. 수고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노고가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시선의 주목에 흐트러짐 없는 올곧은 자리가 되기를, 최고가 되기 위한 이유가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슈퍼 히어로의 말씀이 신실할 것이기에 허한 잠꼬대 없이 꿀잠에 들 수 있기를, 하루를 가뿐하게 시작하는 괜찮은 날들이 충분해서 보통 사람들이 "나 보통 사람이야"를 주눅들지 않고 보통으로 말할 수 있기를. 

"어제를 통해 배우고 오늘을 통해 살아가고 내일을 통해 희망을 갖는다." 돌아가신 지 반세기도 더 지난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을 새겨 보면서 오늘밤은 숙면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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