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 명예교수
김준우 인천대 명예교수

문정권의 대미는 퇴임 며칠 안 남기고 야반도주하듯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날치기 통과한 일이다. 그것이 일반 국민을 위한 민생법도 아닌 자신들의 보신을 위한 법이기에 더욱 가증스럽고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정권은 집권 내내 정적에 대한 철저한 복수와 참혹한 경제 붕괴 그리고 국민 갈라치기 외에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는 반민주적 권력이었다. 정권이 바뀐 이 시점에서 검수완박 법안 이후 벌어질 우리 상황에 대해 짚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법치사회에서는 아무리 악법이라도 절차를 거쳤다면 그것 역시 법이다. 그 법을 지키지 못하면 범죄가 되는 것이고, 사회는 그 법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법을 만들지만, 일단 만들어진 법은 우리 모두의 행동을 구속하고 생각과 사회규범을 규정하곤 한다. 법이 곧 사회정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새로운 법은 종종 사회를 좋든 나쁘든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킨다. 

사실 이번 검수완박 법안은 애초부터 허점이 많았던 법이었다. 이러한 부족함에도 정권이 넘어가자 위기를 느낀 민주당이 많은 반대에도 무릅쓰고 다수의 힘으로 성급하게 밀어붙였다. 이번 법안으로 일반 서민과는 달리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의 특권 권력층들은 검찰 수사에서 해방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사 받을 걱정 없이 부패와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사회, 즉 그들의 비리가 밝혀지기 힘든 사회가 됐다. 

어쨌든 형식상 검수완박의 법률적 장치는 완료돼 검찰이 무력해짐에 따라 비리 의혹이 많았던 문재인과 이재명 그리고 그 밑의 가신들은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러한 특권은 새로운 권력자 윤정권 역시 마찬가지로 수혜를 받는다. 문정권에서 보듯이 새 정권에서도 수없이 비리와 부패 의혹이 나오겠지만 검찰과 같은 독립적 수사기관 없이는 결코 밝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주변 상황도 그리 밝지 않아 사람들의 괴리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국가 부채로 인해 경기 회복이 결코 쉽지 않을 뿐더러 막가파식 중국과 핵을 가진 북한에 치우친 그동안의 외교도 사회 불안의 요소이다. 윤정권 인수위의 발표를 들여다봐도 정책 기조가 문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현실적인 정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사회 전반적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검수완박 법안의 골자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것에서 시작됐으나 정작 이들이 지목한 검찰 부패를 들여다보면 그들은 단지 권력의 이해에 따라 움직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예전 박근혜 정권을 문정권의 입맛대로 초토화시켰던 반면 대장동 사건이나 부산시장 선거와 같이 실세와 밀접한 수사에 대해서는 뭉개고 있었던 일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법안이 말하듯 검찰의 수사권을 없앤다고 비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권력 이동과 함께 비리와 부패도 함께 갈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간 검찰이 수사권을 유지한 것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사건과 같이 고도의 전문적 수사도 검찰의 전문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검찰 기능 때문에 그나마 이들 권력층이 어느 정도 조심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와중에도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제발이 저린 국회의원들과 정권 권력자들이 그렇게 급하게 자기들 방탄법을 만든 것을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일이다. 물론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수족 역할을 했어도 이것이 검찰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검찰 조직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 것이지 칼을 뺏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대안은 아마 검찰에 다시 수사권을 돌려줘 이들 권력자를 감시하는 일일 것이다. 현 체제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맡고 있지만 수사 전문성을 갖기에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독립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한다고 하지만 아직 직제상 행정부의 소속일 뿐만 아니라 검찰과 같은 수사전문성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이 법안 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야말로 권력자들에 의한 무법 범죄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 시스템이 특권 권력자들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하다면 결국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국민이 길거리로 나가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 이승만 그리고 박정희 시절처럼 정당정치가 그리고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직접 길거리로 나가서 행동하는 도리밖에 없다. 물론 우리 국민의 행동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지식인 역시 권력에 대해 칼날 같은 직언을 해야 할 것이고, 언론과 미디어는 함께 무소불위의 권력에 목소리를 높여야만 할 것이다. 

이제 권력형 부패와 비리가 표면적으로는 사라졌다. 의혹이 있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를 받지 않는 소위 치외법권을 갖는 특권 권력 계급이 합법적으로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불법과 부패가 오히려 당연한 승자들의 권리가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조그만 조선 반도가 탐욕과 부패 그리고 온갖 죄악이 일상이 되고 그것이 당연한 규범이 되는, 생각조차도 싫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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