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성실히 일한 회사를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몰아가 영업정지를 준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경기도의 A중소건설업체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졌던 시기를 두고 지자체가 ‘유령회사’라며 영업정지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말의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없이 그저 의심이 간다며 모든 자료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며 "낙찰조차 받지 못한 2순위 업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 회사는 영업정지를 받고 입찰보증금 10%까지 납부하게 됐다.

또 다른 도내 중소건설업체 B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5억 원대 공공공사를 낙찰받은 뒤 심사 과정에서 황당하게도 업체의 사무실 내 계단 설치가 불법 증축이라며 페이퍼컴퍼니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위법이라면 당연히 시정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은 ‘건축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라며 "황당한 이유를 들어 ‘페이퍼컴퍼니’로 몰아가 금전적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경기도의 공공입찰 사전단속제도가 도를 넘어선 과잉 조사로 시행되면서 영세 중소건설업체의 불만이 갈수록 커진다.

이들은 경기도가 정확한 기준이 없는 과잉 조사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관련 법령보다 과도한 조사를 진행해 무고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는 입찰업체에 대한 사전 단속 관련 근거 법령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입찰 사전 단속을 시행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지속된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입찰보증금을 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으나 경기도는 오히려 정부 방침보다 4배 높은 10%로 상향했다고 전했다.

특히 입찰 사전 단속을 진행하며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까지 보증금을 추징하는 과도한 단속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도의 이 같은 추징이 부당하다고 회신했었다.

과도한 자료 요구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법률상 적정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120만 원가량의 조사비용이 드는 기업진단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지역 중소업체 관계자는 "경기도가 조사 매뉴얼도 없이 지나치게 과거의 일까지 모두 소명하라고 한다"며 "담당 공무원의 실적 쌓기를 위한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건설협은 "매일매일 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건설업체들로부터 수십 건의 민원이 협회로 접수된다"며 "사전 단속의 취지는 공감하나 지나치게 재량권을 남용하고 무자비한 수사 형식의 실태조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영세한 중소건설업체의 행정적·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건설공사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경기도민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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