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현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계현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근 30년을 인천에 살면서 교육자라는 직업을 가진 내게 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인천의 학력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인천을 떠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실제 내가 근무하던 대학에서도 과반수의 교수들이 충분치도 않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통 사정을 감내하며 서울에서 거주했다. 자녀 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가 과거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에 걸쳐 인천지역 고교생의 국·영·수 학력은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기초학력은 2년 연속 전국 5위 수준을 유지했고, 중학교 3학년은 기초학력 미달 수준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국 최상위 실력을 보여 줬다.

당시 주민 직선제 1기로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은 3선으로서 학력평가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다. 그는 평소 보수가 주창하는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인재 육성을 목표로 학력평가에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그러나 2014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평가 결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하락해 2012년 이전 수준보다도 하락했다. 인천지역 중·고교 전체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은 80.9%로 전국 6개 광역시 가운데 꼴찌였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3.2%로 3.6%의 광주와 함께 최하위에 머물렀다. 부끄럽게도 당시 평가에서 국·영·수 전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중·고교 모두 하락했다. 당시에는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정상적인 교육수장의 역할은 불가능했다. 인천의 청소년 학력시계는 여기서 멈춘 셈이다. 

이후 2018년 선출된 진보 성향 교육감의 지휘 아래 멈췄던 학력시계가 작동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정부 들어 2017년부터 기존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바뀌었다. 표집평가에 참여하는 지정된 소수 학교를 제외하곤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하는 학교는 전무하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학력평가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전교조 전횡에 대한 불만과 전교조 출신 인사를 위한 위인설관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연일 하락하는 인천의 학력에 대해 보수 진영은 "전교조가 인천 교육을 망쳤다"며 공격을 펼치고, 진보 진영은 "문제는 전교조가 아니라 경쟁 교육의 폐단"이라고 맞받아친다.

2014년과 2018년의 연이은 진보 성향 교육감의 등장이 인천교육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전교조의 영향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진보 성향 교육감만 탓할 수 있는가. 역설적이게도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의 일등 공신은 보수 진영이다. 두 번의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주민의 지지를 저버리고 끝까지 단일화를 못했다. 그 결과는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과 인천 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인천의 교육 부실을 책임져야 한다. 2018년 선거에선 보수 진영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진보 진영 후보보다 12%가 높았다. 2014년 선거에선 31%의 낮은 득표율로 진보 진영 후보가 승리했다. 단일화에 실패한 3명의 후보가 난립한 보수 진영 덕분이다. 단일화에 합의하고도 막판에 말을 뒤집는 그야말로 교육자의 자질을 전혀 못 갖춘 소인배들의 행동을 보여 준 보수 후보들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는 분열로,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했거늘 인천의 교육 현장에선 이 말이 무색했다. 

그러던 인천에서 2022년 5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단일화의 터널 끝이 안 보이던 보수 진영에서 극적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다. 당초 6~7명의 후보가 난립하던 보수 진영은 지역사회 원로들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 자기희생으로 결국 단일화를 이뤄 냈다. 지난 8년간 보수 진영의 분열과 갈등에 질려 버린 주민들에게 인천 교육도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줬다. 역전의 가능성을 보여 준 꼴찌 인천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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