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미래를 만드는 곳, 보석과 같은 학생들이 어울려 미래를 꿈꾸는 공간. 이처럼 잔뜩 꾸며 놓은 듯한 말이 어울리는 학교는 대한민국에 단 한 곳, 주얼리 디자인 특성화고인 인천시 서구 ‘한국주얼리고등학교’뿐이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유추 가능한 주얼리고는 복잡하지 않게 대명사 1∼2개로 설명을 대신한다. 까르띠에, 불가리.

1986년 1월 22일 당시 한진실업고등학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주얼리고는 1999년 금은세공 특성화고로 주얼리고로의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한국주얼리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며 날개를 단 주얼리고는 이듬해부터 27회 남강교육상 수상, 2018년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 금메달 수상을 비롯해 상을 휩쓸고 다니다 지난해 10월 제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 금메달·우수상·장려상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특성화고 혁신지원사업과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주얼리고는 학생들에게 보석 감정이나 보석 디자인, 귀금속 공예와 같은 수업으로 이들이 주얼리 디자이너나 보석감정사, 귀금속 세공사, 주얼리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도록 돕는다.

관심 갖지 않는 이들은 잘 모를 정도로 생소하지만 주얼리 분야는 전문직으로, 명품 주얼리 업계 상품기획(MD)부터 주얼리 디자이너, 보석 감정사, 귀금속 세공사, 미술교사 등 다양한 미래가 기다린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비교적 개인 브랜드 창업과 성공을 꿈꿀 만한 가능성이 열린 분야다.

한국주얼리고등학교 비즈공예 수업.
한국주얼리고등학교 비즈공예 수업.

# 주얼리고 특화교육

주얼리고는 보석 감정, 보석 디자인, 칠보공예, 귀금속공예, 주얼리 캐드, 컴퓨터그래픽 등 학생들이 귀금속을 다루는 모든 과정을 3년간 집중 교육한다. 단 한 과목만이라도 정통하다면 대한민국 장인이 되는, 그야말로 ‘보석 같은’ 수업이다. 

보석의 종류와 진위 여부를 가리고 귀금속의 품질을 분석하는 능력도 기른다. 단지 주어진 주얼리나 그 원석을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얼리고는 이를 직접 디자인하고 보석 장신구 제품을 기획·개발함은 물론 말 그대로 보석을 돋보이게 만드는 수업까지 함께 진행한다.

주얼리고 학생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
주얼리고 학생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

또 주얼리 캐드 수업을 통해 주얼리 디자인 도면을 컴퓨터로 모델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포토숍, 일러스트 등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보석 디자인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기능을 교육한다.

이 밖에 주얼리고는 칠보공예를 통해 금속 표면에 칠보 유약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방법도 교육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보석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섭렵하도록 돕는다.

특히 주얼리고는 전공심화동아리를 운영해 학생들이 각종 기능대회에 참가해 실전 경험과 수상 경력을 쌓도록 돕는가 하면, 창업교육 프로그램인 비즈쿨을 시행해 학생들이 창업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등 열정적 창의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이미연 학생.
이미연 학생.

# 우리학교는요(이미연·3년)

"자랑거리는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커플링 사는 친구들이 없다고 얘기하면 아마 이해하기 편하실 거예요."

주얼리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특화된 기술을 통해 졸업하면 주얼리를 직접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손가락에 끼고 다닐 커플링을 만드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3년간 배워 작업이 손에 익은 학생은 무늬 없는 가락지 정도는 30분이면 뚝딱 만들 정도다.

이미연 양 또한 함께 낄 커플링을 직접 만들어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다. 그는 "직접 만들어 선물해야 더욱 의미가 담길 듯싶어서 수업시간 외 남는 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작업해서 커플링을 직접 만들었다"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커플링을 받아 보고 남자친구가 많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미연 양은 학교에서 배우는 전문적 기능 외에도 주얼리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시한다고 자랑했다. 이 양은 "유용한 기술은 모두 배웠지만 저는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우리 학교는 선취업 후진학도 가능하고 취업도 유리하지만 저는 대학 진학에 뜻을 뒀고, 그만큼 교내외 환경도 딱 맞아떨어져 내신도 잘 나와 순항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 중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주저하지 말고 우리 학교에 오라"며 "막다른 길을 제시하는 학교는 없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가졌으면 꿈꾸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우리학교는요(권영환 한국주얼리고 교감)

권영환 교감
권영환 교감

한국주얼리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훨씬 적다는 점에서 교육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전교생이 249명인데, 교직원은 40명이다. 교직원 1명이 6명의 학생만 책임지고 교육하면 되기에 학습이나 생활지도 면에서 단연 뛰어나다는 평가다.

권영환 교감은 "교사들이 전교생 이름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과 친근한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고 자랑했다.

그는 "3년간 적은 수의 학생들과 섞여 지내다 보면 학생들 개개인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게 돼 이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단지 성적이나 기능적 우수함 외에도 개인적 성향을 반영하게 된다"며 "부모와 같은 입장에서 학생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다 보니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학생 수가 적어 각 학년이 4반까지밖에 없는지라 주얼리고 학생은 1∼3학년 같은 반인 친구들이 상당수다. 이는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효과는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선후배가 아닌 언니·오빠·동생의 관계 유지에 도움을 준다.

권 교감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 활동 중인 동아리가 13개인데 보통 10∼15명으로 구성됐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학년과 관계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끼리 덜 친할지언정 서로 모르는 학생은 없다"며 "이 활동으로 교사는 물론 학생들끼리도 친분 관계가 상당히 두텁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주얼리고는 특성화고지만 취업률과 진학률이 5대 5 비율이다. 전문적 기술을 습득했음에서 학생 개개인의 성향이나 가정환경까지 고려해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캐드 프로그램으로 반지 디자인 중인 학생들.
캐드 프로그램으로 반지 디자인 중인 학생들.

# 소수정예로 피어난 인간미

주얼리고는 유독 졸업생들의 재방문이 잦은 학교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좋은 곳에 취업해서기도 하지만, 3년간 생각보다 가깝게 지내며 쌓은 정이 사회에 나가 보니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주얼리고는 소중한 인연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특별한 자신들만의 이벤트를 마련한다.

학생들이 행여나 아침 식사를 거르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주얼리고는 때를 정해 등교하는 전교생에게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아침 결식 없는 우아한 등굣길’ 행사를 진행한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행사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함께 먹다 보면 친밀도가 높아진다는 학교의 굳은 의지도 담겼다.

반지 만들기 마무리 작업.
반지 만들기 마무리 작업.

이 같은 생각으로 주얼리고는 교과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요리경연대회’도 열고, 교사들과 함께하는 ‘캠핑’ 행사도 진행한다.

모두 수업과는 관계없다. 학교는 그저 학생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싶을 뿐이다. 

주얼리고는 이러한 끈끈한 인간관계를 중시해 오는 26일 ‘오高가는 마中’ 전공체험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얼리고 학생들을 중학교 때 가르쳤던 은사들을 직접 학교로 초청해 학생들이 만든 주얼리를 선물하는 행사다.

사람으로 시작해 기술, 기능을 거쳐 사람으로 마침표를 찍는 한국주얼리고는 제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이인엽 기자 yyy@kihoilbo.co.kr

사진= <한국주얼리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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