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생이 있어 꽃이죠." 인천원당고등학교의 보건교사이자 RCY 지도교사인 한인실 교사는 학생들이 있기에 교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30년 넘게 청소년적십자(RCY) 지도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적십자 인도주의 봉사활동을 지속해 왔다. 1989년 남부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전임 선생님이 담당하던 RCY 지도교사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게 계기였다. 당시 남부초의 전체학생 수는 2,800명으로 한 교사가 현재 인천 원당고의 전체 학생수가 889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였다. 보건교사 일에 RCY 지도교사, 학교 식당 영양사일까지 겸임하려니 정말 바빴다. "그때 시댁이 예식장 옆에서 음식점을 해서 주말이 대목이라 아기였던 딸을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린 자녀까지 업고 청소년 적십자 회의며 캠프며 다 참여했다. 그때의 에너지는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한 교사의 변함없는 열정과 행동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 교사는 보건교사이기에 학교의 전체 학생을 담당한다. 그러나 RCY를 하면서 RCY 단원 친구들에게는 본인이 특별히 더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RCY 활동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인도주의 교육을 듣고 나중엔 직접 봉사활동도 계획해서 하는데,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보람찹니다." 한 교사와 함께 RCY 활동을 했던 친구들은 ‘남을 돕는 사명’을 실천하는 직업을 갖는다. 이를테면 간호대나 의대로 진학한 경우가 많다. 한 교사의 두 자녀도 간호사다. 물론 이들도 RCY 활동을 거쳤다. 졸업한 제자들에게 받은 편지를 보면 ‘RCY 활동을 통해 (본인이) 바르게 클 수 있었다’, ‘성장에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많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기억에 남는 단원을 묻자 원당고에서 다시 만난 제자를 이야기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인연을 맺었다가 원당고로 새로 부임하며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우연히 본 흡연자 명단에 제자의 이름이 있었다. 2학년 부장선생님을 통해 알아보니 근태도 안 좋고 공부도 잘 안 한다며 걱정을 산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타까운 마음에 RCY에 들어오라 제안했고, 단장직을 맡겼다. 곁에 두고 자주 보기 위해서였다. 원당고 RCY 단장을 맡게 된 제자는 책임감 있게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금연상담도 열심히 받기 시작했다. 나중에 만난 2학년 부장선생님은 ‘애가 많이 달라지고 생기가 돌더라’라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결국 금연에도 성공했고, 현재는 군 복무 중이다. "복무 잘 하라고 편지 썼는데 전화가 오더라고요 부대에서 교관으로 있다고"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RCY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변하지만, 부모들도 함께 변한다. 특히 초등학교 RCY 단원들의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봉사현장에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단다. 한 교사가 선학초에 부임했을 때 매월 대한적십자사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단원들 어머니와 함께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계신 어르신들은 러시아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이산의 아픔을 겪는 분들이라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셨다고 한다. RCY단원들이 어르신을 모시고 재롱잔치, 생일잔치,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면 굉장히 행복해하셨다. 어머니들도 뿌듯함을 느꼈는지 그리고 한 교사가 다른 학교로 옮겨 해당 행사가 없어질 위기가 왔을 때 이들은 자체적으로 ‘새늘봉사단’이라는 어머니 봉사단을 조직했다고 한다. 월미도 나들이, 부천 아인스월드 등 다채로운 봉사활동을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했다.

RCY를 통해 만난 이들에게 보여 준 한 교사의 진정성과 행동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처음에는 한 교사를 비롯한 지도교사들이 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의 틀을 계획해주고 아이들이 함께 그 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스스로 봉사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원당고에서는 5년째 주안 헌혈의집에서 한 달에 2~4번 단원들이 헌혈장려 캠페인을 하고 있다. 처음에 헌혈장려 피켓을 드는 걸 알려줬는데 나중에는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헌혈 설문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스승의 날에도 행운복권을 직접 제작해서 학교 선생님들께 나눠드렸다고 한다. "RCY와 함께했던 행보가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입니다." 사랑과 봉사로 주변을 감동시켜 온 한 교사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 적십자 사랑나눔 회비 모금 캠페인 참여자 

박윤미 2천만 원, 황규철 880만 원, ㈜영진공사 300만 원, 의료법인담우의료재단 300만 원, 인성코퍼레이션 300만 원, 부평구청 200만 원, 중구청 200만 원, 김도영 200만 원, 인천시의회 200만 원, 서구청 200만 원, 디택스세무회계 200만 원, 사랑지역RCY 194만 원, 중구의회 120만 원, 어린이적십자지도교사협의회 120만 원, 주안4동 주민자치회 100만 원, 인천시교육청 100만 원, 계양3동 새마을금고 70만 원, 청소년적십자지도교사협의회 50만 원, 금창동 통장자율회 50만 원, 흥륜사 정토원 32만 원, 지사응급처치강사봉사회 30만 원, 금창동 행정복지센터 2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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