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조순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임조순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지난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격렬했던 선거 캠페인 결과 역대 최소 표차로 승부가 결정됐다.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정치 입문 1년이 안된 정치초년생 대통령, 당선 이후 최저 지지율의 대통령 등 많은 이야기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대통령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이자 우리에게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또한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저성장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경제정책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필자는 취임사에서 이와 같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비전을 기대했지만, 취임사는 밋밋했고 오히려 우려스러운 지점(사회경제적 양극화 해법으로 낙수효과 제시)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취임사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 대통령이 ‘자유’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라는 가치는 근대 이후 신분제로부터의 정치적 해방, 무지와 미신으로부터의 해방, 자연의 폭력으로부터의 해방 등 개인이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는 경제분야에 방점이 있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는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인류역사를 볼 때 자유방임 시절이었던 19세기 중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경제적 불평등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 그 자체였다. 이후 인류는 그 후과로 극단적 이념인 파시즘과 나치즘, 국가사회주의 등의 전체주의가 득세하는 그야말로 반지성주의의 시대가 열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레토릭(Rhetoric)차원의 이야기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주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자본주의 생산양식 즉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유’의 강조는 1980년 이후 전 세계에 지배적 경제이념으로 자리 잡아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세, 공기업민영화, 독과점 규제완화, 노동시장유연화(노동통제), 산업규제철폐(환경과차별규제) 등의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경제정책은 대통령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옹호한 프리드먼은 ‘경제적 교환 거래의 당사자들이 모두 자발적이고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경우, 시장에서 어떤 강제 없이도 개개인의 경제활동이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거래 당사자간의 협상력은 불균형적이고 거래 정보도 비대칭적이다. 프리드먼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서 공동체(정부 포함)의 집단적 행동이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류문명은 국가나 종교 또는 길드와 같은 공동체 활동의 산물이었고, 최근 경제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과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 역시 국가라는 공동체를 통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애플의 전자제품에 적용된 대부분의 기초과학 기술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R&D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음). 

프리드먼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무정부주의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무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지상주의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할 만큼 극단적이다. 그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역사에서 불평등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이미 검증된 노령 및 장애인 연금과 같은 사회보험, 최저임금제, 누진적 세금제도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끊임없이 미국사회에 관철시켜왔다. 결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미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유’는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임은 분명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평등’이라는 또 하나의 가치와 균형을 이룰 때다. 자유가 개인의 욕망과 관련된 사실이라면 평등은 함께 사는 삶을 위한 규범이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사회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자유’만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이지만,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자유’만을 고집했을 경우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역설적이게 이것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다수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 억압)를 낳는다는 것이다. 취임사에서 밝힌 대통령의 ‘자유’에 대한 의지가 ‘평등’의 가치와 균형을 찾는 전제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하며, 역사적으로 증명된 불평등한 세상으로 가는 나침반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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