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이경자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IT는 융합시대를 견인하는 핵심기술이다. IT는 도구적 차원의 기술을 넘어서 우리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IT가 지니는 융합의 힘이다. IT는 다양한 분야와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2021년 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패션마켓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과 최신 트렌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수만 장에 이르는 새로운 디자인을 생성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 의상디자이너인 것이다. 유사한 기술로, 올해 ‘2022 뉴욕 패션위크’ 행사에 특별한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은 LG의 인공지능 휴먼 틸다가 있다. 이 컬렉션은 틸다와 패션디자이너 박윤희 씨의 협업 작품으로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틸다는 3천 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창작했고 이를 토대로 박윤희 디자이너가 200여 개의 의상을 디자인한 것이다. 

애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농업분야에서 자원투입의 효율화, 생산성 증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투입되는 첨단기술을 의미한다. 방제나 비료살포용으로 드론이 사용되기도 하고 농기계에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기도 하며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팜을 구축하기도 한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것이다. 

의료분야에도 IT기술이 융합된 분야가 많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은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통신을 통해 사람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반해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상현실’, ‘메타버스’, ‘디지털 치료제’ 등의 혁신적인 치료 방법의 도입과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정신질환을 첨단 IT기기를 통해 분석하고 진단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함께 상담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진 것이다.

IT가 다수의 산업에 기반이 되고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미래사회 기초소양으로서 또는 융합기술의 효과적인 도구로서 소프트웨어 코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코딩의 중요성을 익히 간파해 모든 국민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딩은 단순히 IT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문제해결 방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 등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

한국은 2017년 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에 이어 2019년 초등학교 5∼6학년의 코딩교육을 의무화했다. 초등학교 5·6학년은 연간 17시간 이상, 중학교 SW정보 과목은 34시간 이상을 필수로 하는 국가 교육 과정이 편성돼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정보 교육이 기술·가정교과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IT교육을 하기에는 교육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인천의 교육감후보들이 앞다퉈 인천교육의 차별화를 위한 주요 공약으로 코딩교육 전면화, 메타버스 교육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 또한 초·중등 학교에서는 SW·AI 교육을 필수화하고 정보교육 수업 시수를 늘리는 등 디지털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도 개편하겠다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대학의 경우는 어떤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벤처기업과 취업예정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벤처기업 소프트웨어 인력 시장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 10곳 중 6곳은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 수급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취업의 수요공급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코딩의 바탕은 인문학적 상상력 등이 융합된 교육일 것이다. 인문학 전공자가 SW를 익히게 된다면 융합기술이 더욱 가치를 더하게 됨은 자명하다.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인 에콜42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소통, 협업, 도전 등 제도권 교육에서 배양하기 힘든 가치를 전하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 역시 문제 해결 능력 교육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SW교육의 시너지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수요자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공자는 실무형 인재로 양성하고 비전공자는 타 전공지식과 SW소양을 겸비한 융합인재로 양성함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올해 인하대학교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으로 선정됐다. 코딩교육 의무화와 소프트웨어중심대학과 같은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IT 인재들을 적시에 배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인재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