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우리는 모든 것이 ‘초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온갖 문명의 이기(利器)의 편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촉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예컨대 가상현실이라 불리는 VR(Virtual Reality), 증강현실이라 불리는 AR(Augmented Reality), 이 두 가지가 혼재하는 혼합현실 MR(Mixed Reality)는 완벽히 현실적인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힘은 어느 곳에서든지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인공지능(AI)이 좌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블록체인(Blockchain)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슴 뛰는 기술을 느끼게 한다. 또한 로봇과 협업하는 세상에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로봇공학은 이제 로봇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를 느끼게 한다. 그뿐이랴. 또 하나의 나, 아바타로 인해 자신이 꿈꾸는 세상으로 향하는 메타버스(Metaverse)는 이제 행복한 세상, 행복한 나를 만들고 싶은 욕망을 보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온전히 느끼게 한다. 

이러한 최첨단 테크(Tech)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사회를 보편화시킬 것이다. 특히 우리의 일상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이 늘어날수록 인간은 예년과는 다른 보다 많은 여가를 즐기며 살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느끼는’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땅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예쁘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그 대상에 직접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와 친근한 꽃이 되는 현실을 직접 느껴야 한다. 이는 소위 예술이라 불리는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이제는 일상에서 느끼는 교육, 즉 ‘음미(吟味) 교육’이 중요하다. 결국 인간의 삶에서 ‘창의’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많은 아름다운 문화예술과 과학기술과 문학을 음미하며 행복을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요즘 우리 인간은 바쁘게만 살아갈 뿐 일상에서 여유를 가지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가고 있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속전속결의 전쟁처럼 일상에서 ‘빨리 빨리’라는 생활근성이 고착된 우리는 좀처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을 실행할 수 없다. 학생이나 교사 모두 사색하고 이를 즐기는 한가함은 단지 꿈에서나 그리는 이상(理想)이 됐다. 

인간이 성취한 물질문명은 어느 정도 풍요로움을 이뤘다. 그래서 일상에서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반면에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지나치게 팍팍한 현실 속에서 여유를 상실한 채 온갖 학습과 그에 따른 성취, 이를 평가하는 행동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에게 학교에서의 여유란 그림의 떡이 아닌가. 그러기에 습관 형성의 유아·청소년 시기에 여가 교육과 일상에서 눈부신 문명의 혜택을 느끼는 교육이 절실하다. 

요즘 필자는 17개월 된 손녀를 통해 ‘느끼는’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인지 발달 과정에 자주 "아~ 예쁘다"를 습관적으로 외치며 애정을 담아 사물을 쓰담쓰담 만지는 행동을 보여 주는 교육이다. 그 효과는 빠르게 나타난다. 어른을 모방하고 따르는 시기에 아기는 이 말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손으로 쓰다듬는 행동을 반복한다. 더불어 정서를 안정시키고 온갖 사물에 신뢰감과 애정을 형성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감탄(感歎)을 잃고 살아가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가정교육의 출발점이다. 소아 시절에 세상 만물에 대한 애정부터 느끼게 하려는 교육이 인성 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리라는 기대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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