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인천아카데미 이사장
최순자 인천아카데미 이사장

벌써 2022년 6월이다. 어느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세 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0.73%p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더 크게 이겼다. 서울과 인천은 시장과 함께 기초단체장까지 국민의힘이 석권했다. 경기지사는 박빙으로 다투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지만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우세하게 구성됐다. 지난 12년간 민주당이 지배했던 충청남·북도와 강원도, 그리고 대전시, 세종시 광역단체장들도 모두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선거 결과로 볼 때 국민은 과연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떠오르는 용어가 바로 세 가지다. 오만하지 말고 겸손, 초록은 동색의 조직 구성은 금물, 협치를 해라이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 4년 전 지방선거 승리와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170여 석을 차지했을 때 20년 집권이 회자됐다. 정말로 민주당이 천하를 다스리고 국민의힘이 사라질 것 같았다. 내로남불과 갈라치기 정치에 지친 국민은 어려운 시기를 견뎌 내는 인내가 필요했다. 

0.73%p 차이로 대통령을 만들지 못한 민주당은 한풀이라도 하듯 170여 국회의석 수를 무기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오만의 정치는 지방정부마저 국민의힘에 넘겨주면서 20년이 아니라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8천913표로 졌지만, 무소속 강용석 후보의 5만4천758표를 가볍게 여기고 포용하지 못 한 국민의힘에 책임이 있다. 이 모두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이 빚어낸 결과다.

그동안 민주당 내 소통은 강성 그룹의 큰 목소리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방통행식이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비대위에 합류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이 그 일례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가 인플레이션이다. 2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동안 각 정부가 쏟아낸 돈은 물가 상승과 인플레를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의 자원과 물류의 이동을 혼탁하게 만들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셈이 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민은 아우성인데 정부는 조절 능력을 잃은 듯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 경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비슷한 의견의 소유자로 구성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인 연준 의장은 이러한 경고를 가볍게 여겼다. 결국 인플레가 발등에 떨어지자 재무장관은 "그때 본인 판단이 틀렸다"고 시인했으나 이미 엎어진 물이 됐다.

우리말에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자성어인 유유상종과 비슷한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서로 비슷한 점이나 생각을 갖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반면 이질감을 갖는 사람과는 어울리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조합은 일이 잘 되고 문제가 없을 때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일이 안 풀리면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 강성 여론을 형성하는 주류끼리의 배척 행동이나 미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의 비슷한 혜안이 그랬다. 

5년의 대통령 임기와 4년의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제의 임기로 우리는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른다. 그때마다 국민은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협치’를 요구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심판을 엄하게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을 거머쥔 국민의힘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협치에 의한 변화를 꾀하지 아니할 때에는 2년 후 총선에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천의 기초단체장 당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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