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5㎝, 세로 10㎝. 너무나도 간편한 방법으로 새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사고가 예방된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시민들이 이를 알고 동참하도록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다."

인천 강화탐조클럽 총무 김성훈(43·사진)씨가 지역에서 야생 조류 보전활동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예상보다 작은 데서 시작됐다. 김 씨는 국내 최초로 체험환경교육이나 자연학습 교구·교재를 개발하는 전문회사 ‘에코샵홀씨’에 2005년 입사하는 등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 과정에서 탐조활동을 하는 이들과 인연이 닿아 새 탐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씨는 2015년 강화탐조클럽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탐조와 보호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저어새, 두루미, 도요물떼새, 황새 등 강화지역에 머무는 야생 조류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이들의 생태계와 종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시작한 야생 조류 보호활동이 이제는 그의 일상에 큰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김 씨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조류 충돌 사고’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2만 마리, 매년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도로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은 새들이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날아가다가 충돌한다. 이를 막고자 일부 고속도로 투명 방음벽에 새 모양 스티커가 부착되는 등 전국에서 문제점이 인식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특별한 공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 창문 등 유리창이 설치된 곳이면 어디든지 발생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왜 새들이 유리창에 그대로 충돌하는지, 유리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가 얼마나 많은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김 씨가 이러한 사고를 막고자 소개한 방법은 생각보다 더 간단했다.

"야생 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방지하려면 유리에 가로 5㎝, 세로 10㎝ 이내의 점이나 선을 남겨 주면 된다. 그러면 야생 조류들이 이 표식을 바탕으로 장애물을 인식해 유리창을 피하게 된다. 관련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 야생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생산에 성공해 판매 중이다. 시민들이 더 간단하게 야생 조류 지키기 활동에 동참 가능하다."

이미 김 씨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이 조류 충돌 사고를 알도록 각종 교육과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강화군 하점면 방음벽에는 강화탐조클럽 회원들의 노력으로 스티커가 부착된 상태다. 또 야생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지역 환경운동 단체에 기부하고, 시설이나 가정에서 요청할 경우 직접 스티커를 부착해 주는 자원봉사활동도 실천 중이다.

김성훈 씨는 "야생 조류를 지키는 내용의 교육용 보드게임도 개발해 학교와 시민단체 등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라며 "너무나도 간편한 방법으로 조류 충돌 사고 예방이 가능한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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