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석 인천시 도시계획국장
정동석 인천시 도시계획국장

주변의 형세가 용과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용산(龍山)은 한강을 마주하고 뒤로는 남산이 있어 경관이 탁월하고, 사대문 안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수륙 교통이 편리해 일찍부터 군사적인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일합병의 국난을 겪으면서 일본군의 군사기지로,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 자리를 잡았으며, 한국전쟁 종료 후 주한미군의 핵심적인 주둔지로 오늘에 이른다. 

국민 속으로 용산시대를 연 제20대 대통령의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세간의 이목이 다시 한번 집중됐다. 

부평에 위치한 캠프 마켓(Camp Market) 역시 일제강점기 인천항과 경인철도를 통한 서울로의 접근성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조병창 시설이 만들어졌으며, 이후 미군 제24군단 군수지원사령부 미군기지로 활용됐다.

1996년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캠프 마켓 되찾기 운동이 전개됐고, 2002년 3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해 캠프 마켓의 반환이 결정됐으며 2019년 12월 A·B구역 반환, 2020년 10월 14일 B구역 시민 개방, 2021년 10월 인포센터 개소 운영과 경원대로 및 안남로변 담장 철거를 통한 B구역 개방 확대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심 속에서 짙어가는 녹음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 땅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했던 도심 속 금단의 땅, 리틀아메리카였던 용산과 부평이 이처럼  베일을 벗고 국민과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캠프 마켓 A구역의 경우 다이옥신류 오염토양 1만1천31㎥에 대한 정화사업을 2년 11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A·B구역의 유류, 중금속 등 나머지 오염토양 정화사업은 2022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현재 2009년 수립한 캠프 마켓 발전종합계획에 대해 공공시설의 수요 변경과 부지매입비 등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캠프 마켓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수립, 행정안전부에 제출했으며 공원 조성의 기본 방향 수립과 시민·전문가와 함께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프 마켓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캠프 마켓의 공간과 기능의 변화에 맞춰 관련 자료의 수집 기록을 통한 역사문화적 활용 가치 제고를 위해 캠프 마켓 아카이브 구축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했고, 개방 공간 현장에서는 요가, 연날리기, 드로잉 등 다양한 시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며, 20여 명의 지역 청년들은 캠프 마켓 홍보 서포터스로서 공원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캠프 마켓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니 존치와 철거 논쟁에 있는 ‘1780 조병창 병원 건축물’은 시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환경문제와 역사문화 보존이라는 중요 가치가 상충되면서 큰 진통을 앓고 있다. 이에 국방부, 문화재청, 환경부 등 중앙부처와의 협의 및 전문가 자문 등을 전개해 양쪽의 가치를 만족할 만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캠프 마켓은 부평구, 나아가 인천시 전체와 미래 후손들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진행 중인 오염토양 정화가 완료되고 D구역까지 완전 반환이 마무리되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많은 시민분들과 논의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다수가 만족하는 최적의 활용 방안을 찾아 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특히 부평의 군부대 이전부지와 연계해 제3보급단과 캠프 마켓, 부평공원 그리고 희망공원을 잇는 대규모 공원 네트워크 구축으로 단절된 한남정맥을 복원하고, 시민의 활력이 넘치는 녹지공간 마련의 큰 그림도 캠프 마켓 마스터플랜에 담는 등 적극 준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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