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 청년기본법에 명시된 청년의 정의다. 인천시 청년기본조례의 청년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인 사람’이다. 또 우리는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예술인’이라 칭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활동증명 자격으로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을 업으로 해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청년+예술인은 ‘20∼30대 중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일까? 단어의 조합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직접 만난 청년예술인은 나이와 업으로만 단정 짓기에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언어의 굴레로 특정지어 한 범주로 묶기엔 너무나도 다양한 모습과 메시지들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하지만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보이고, 예술 앞에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작품활동의 원천을 ‘재미’로 꼽는다. 상상을 구현해 내는 호기심은 소위 ‘젊다’고 하는 나이에서 온 듯하기도 하고, 예술인의 자유로운 영혼의 발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작품을 통해 때로는 둥글고, 때로는 뾰족하게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이라면 청년예술인을 설명하기에 그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한마디로 표현 못할 고민의 연장선에서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에서 예술하는 청년 8인을 만나 보기로 했다. 작품부터 예술을 시작한 계기, 미래 구상과 고민까지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정의하지 않고, 규정하지 않은 채 그저 2주에 한 번씩 만나 대화하고, 있는 그대로 지상에 옮길 예정이다. 청년예술인이 즐겁게 활동하도록 지역 문화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과제와 노력도 함께 다룬다.  <편집자 주>

#1. "‘지원사업에 선정이 안 돼서 작업을 못 한다’는 동료 작가에게 ‘야 그래도 해야지!’라고 말해 보기도 했어요. 동시에 지금 상황에서는 작가들이 지원에 기대는 방법 말고는 딱히 작업을 할 만한 길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젊은 작가는 물론이고 저 같은 중진 작가도 여전히 방법을 찾는 일이 사실은 어려운 듯싶어요."

#2. "당시에 굉장히 열심히 해서 결과물을 산출해 내고 전시도 했었는데, 그렇게 노력한 결과를 조금 더 많이 뽐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주변에 알려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예를 들면 신문기사로 표현하는 방법도 몰랐고요. 홍보나 마케팅 같은 간접 지원이 있으면 사회초년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 생각이 들어요."

#3. "문화예술 기획자의 꿈을 꾸거나 아니면 뭔가 이쪽 분야에 발을 담그고 싶다고 결심을 해도 내가 어디에 문을 두드려야 이 사람들과 함께할지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있었거든요. 지금 같은 고민을 하는 지역 후배들은 과연 어디를 찾아가야 할까요. 물론 그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기관들, 네트워킹이 생겼지만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중)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 중인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 중 인천시 거주 예술인은 지난해 6월 기준 총 4천930명이다. 이 중 20∼30대 청년예술인은 2천938명이다. 비율적으로는 전체 대비 59.6%를 차지하지만 이는 청년예술인들이 타 연령대 예술인보다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비율이 높은 원인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술 분야라 하면 문학과 미술(일반·디자인공예·전통미술), 사진, 건축, 무용, 음악(일반·대중음악), 국악, 연극, 영화, 연예(방송·공연), 만화 등으로 다양하다. 활동 유형은 창작과 실연, 기술지원·기획 등으로 나뉜다.

인천연구원이 진행한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2020)’에 따르면 인천 청년예술인들의 절반가량은 ‘창작예술가’(47.7%)로 활동 중이며, 실연예술가가 26.7%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는 문화기획자 9.5%, 예술강사 8.6%, 예술기획자 6.6% 등 순으로 나타났다.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지역 차원에서 이들 청년예술인을 위한 정책과 지원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2018년 ‘인천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며 지역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에서는 청년문화 활성화와 청년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청년 문화예술 향유 확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이 조례에 근거해 진행된 ‘인천 청년실태조사와 청년정책 기본계획(2020~2024)’에서도 문화인력 양성과 일자리 지원, 청년 생활문화 활성화, 청년예술인 지원, 문화공간 지원 등의 정책사업을 담았다.

그러나 2020년 인천연구원의 인천 청년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청년예술인들은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지원사업 참여 경험도 적고, 인천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도 적지 않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조사에서 58.4%는 인천에서 활동한다고 답했으며, 서울에서 활동한다는 응답도 35%로 높은 편이었다. 이 밖에 경기도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응답과 그 외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응답은 각각 3.3%였다. 응답자의 41.6%는 인천 외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나타났다.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2021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활동 모습.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예술인 창작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예술환경 조성과 지원정책 확대, 청년문화거버넌스의 필요성 등이 꼽힌다. 

예술환경 조성은 청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공간’ 문제다. 청년예술인 실태조사 응답자의 56%는 개인 창작공간을 ‘보유’했다. 소유 형태는 임대(월세)가 55.9%로 가장 많았고 자가 22.8%, 임대(전세) 14.0%, 무상임대 7.4% 순이다. 향후 창작공간 마련 시 입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4.8%로, 청년예술인들의 입주 의향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청년예술인들은 안정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자신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해 줄 만한 창작공간을 원했다.

인천 청년예술인의 과반이 창작활동 지원 경험이 없으며,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고, 알더라도 경쟁에 밀려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어려운 현실이 과제로 도출됐다.

실태조사 응답자의 42%는 중앙정부·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창작활동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58%는 창작활동 지원을 받은 경험이 없었으며, 지원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지원을 했으나 탈락해서’라는 응답이 41.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지원정책을 몰라서’가 41.1%였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서도 전통적인 지원사업 영역에서는 청년예술가들의 선정 비율이 높지 않았다. 2021 예술표현활동 지원사업 총 선정 건수 145건 중 40대 미만 선정 건수는 44건(전체 대비 30%)이었고, 2020년도 예술창작지원사업의 370개 선정 사업 중 40대 미만 선정 건수는 139건(평균 37%)이었다. 특히 연령대나 창작생애주기를 제한하는 ‘신진예술가기획 지원’과 ‘인천형 예술인 지원’, ‘유망 예술인’을 제외하면 청년예술인 지원은 322건 중 91건, 28%로 다소 낮은 선정 비율을 차지한다.

2021 청년동네탐구생활 결과 공유회.
2021 청년동네탐구생활 결과 공유회.

이에 신진 청년예술인에게는 창작활동을 시작할 기회를 제공하고, 활동 중인 청년예술인들이 경력 단절 없이 활동하게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사업 중장기 로드맵 제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 진행된 인천청년문화예술지원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청년예술인과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사업으로 80%가 ‘청년 대상 창작 지원(직접 지원)’을 꼽았다.

필요한 정책과 사업으로는 멘토링 형태의 밀착 컨설팅 지원, 생활비를 벌 만한 사업, 공유 자리, 작업을 펼칠 기회·장소 제공, 정보·교육·워크숍 등의 기회 제공, 새로운 작가·단체 발급과 양성 등이 제안됐다.

청년예술인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정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기존 사업에 청년예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 대상 내 청년예술인 비중을 높이고,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는 바람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인천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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