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정원과 도서관이 있다면 필요한 전부를 갖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마음을 먹이고, 자연은 영혼을 먹인다는 뜻이다.

키케로의 뜻을 이어받아 경기도내 한 유치원은 모든 유아들이 자연 속에서 그림책과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을 갖고 열띤 교육을 펼친다.

1993년 안양시 동안구에 자리잡은 신일유치원은 ‘창의적인 어린이’, ‘행복한 어린이’, ‘자율성 있는 어린이’라는 원훈 아래 유아 스스로 생각하고 발전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30년이라는 깊은 전통이 곳곳에 스며든 신일유치원은 지역사회와 교육적 철학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유아 교육과정에 자연스레 녹아내리도록 노력한다. 교육부장관상 표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표창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입증하듯 다양한 교육과정을 원생들에게 제공한다.

놀이 속에서 자라고 배우는 원생들의 보금자리 신일유치원을 들여다봤다.

신일유치원생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교육을 받았다.
신일유치원생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교육을 받았다.

# 다양한 교육이 하나로 뭉친 신일교육

신일유치원은 누리과정을 유아들이 유의미하게 경험하도록 정원에 기반한 교육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놀이교육 안에 유아들이 직접 정원사가 돼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감수성을 갖고 교감하고, 관계를 맺고, 호기심을 기르도록 유도한다.

또 유아들이 교실에서 그림책을 보고 직접 가꿔 보고 싶은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선택한 식물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다.

신일유치원은 유아들이 함께 가꾼 생산물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한다. 매년 시장놀이 행사를 여는 셈이다. 이를 통해 유아들은 생명과 교감하고, 수확한 자연물을 바탕으로 한 교육적 경험을 유치원 밖으로 확장해 나간다.

또 시장놀이 행사를 통해 성취감과 공유감을 가정에까지 이어간다.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하려면 무엇을 만들고 나눠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유아들이 유치원에 등교해 놀이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되면서 신일유치원은 유아들이 즐거워할 만한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유아들이 호기심을 갖고 창작 경험을 수행할 공간을 교실 밖에 공방(가칭 메이커스페이스) 형태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심현보 신일유치원장은 해당 공간(공방)이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학술지에 게재해 신일유치원의 고민을 학문적 차원으로까지 한 단계 끌어올렸다.

신문지를 활용한 수업을 듣는 신일유치원 유아들.
신문지를 활용한 수업을 듣는 신일유치원 유아들.

# 학부모·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활동

신일유치원은 원생들의 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먼저 그림책 읽기를 통해 지역사회 기부활동에 동참하는 ‘책 저금통’ 활동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신일유치원은 학부모 교육을 통해 그림책이 유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한 뒤 각 가정으로 ‘책 저금통’을 보낸다.

‘책 저금통’을 전달받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며 공감하고, 책을 읽어 줄 때마다 책 저금통에 100원씩 저금한다. 

신일유치원생들이 지역사회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직접 기부물품을 메고 운동회에 참여했다.
신일유치원생들이 지역사회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직접 기부물품을 메고 운동회에 참여했다.

이렇게 ‘책 저금통’에 쌓인 돈은 지역사회에서 기부행사를 할 때 직접 참여하거나 사랑의열매에 기탁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된다. 올해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들과 함께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을 만들어 지역 노인들에게 나누는 활동을 전개했다.

또 유아들은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식료품(통조림, 라면, 화장지, 샴푸 등)을 모아 직접 이웃사랑상자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도 한다. 유아들은 가정에서 준비한 물건을 가져온 뒤 운동회를 연다. 운동회가 끝난 뒤 모인 물건들을 모두 주민센터에 기부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노인들에게 전달하는 나눔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

교사 동아리 활동을 통한 그림책 연구회 교육도 빼놓아서는 안 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일유치원에서 활용하는 그림책을 교사들이 함께 읽으면서 공부하는 동아리 활동을 말하는데, 지역사회와 연계한다. 부연하자면 지역사회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일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선정한 그림책을 읽어 주는 행사로, 연구회를 진행하면서 구입한 그림책을 주민센터에 기부하는 활동도 병행한다.

# 자연을 통한 교육

신일유치원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주체적 자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고기를 직접 잡아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고기 잡는 방법보다는 고기를 잡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끔 자극을 주는 교육이 바로 신일유치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주변 상황과 자연환경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유년기에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자연현상과 우주에 관한 내용을 유치원 내부 환경과 유치원 전용버스에 디자인 형태로 담았다.

신일유치원 유아들이 점토를 활용한 야외수업을 했다.
신일유치원 유아들이 점토를 활용한 야외수업을 했다.

특히 유치원 버스 외부를 정원으로 꾸미고, 내부를 도서관으로 만든 ‘정원 도서관 버스’는 자랑거리다. 정원 도서관 버스는 상설로 운영하는데, 유아들에게 자연 속에서 그림책을 제공함으로써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신일유치원은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경험을 쌓는 ‘정원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을 연중 이어간다. 각 교실마다 실내정원을 만들어 유아들이 입학하는 날부터 직접 씨앗을 뿌리고, 물과 햇빛을 제공하면서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느끼도록 한다.

유아들은 직접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따라 정원에서 생산되는 식물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다. 자신의 꿈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넣은 ‘나만의 정원’을 만드는 교육활동도 병행한다.

이처럼 신일유치원만의 독특하고 유익한 교육 방식 덕에 부모들 사이에서 날로 인기가 치솟는다.

4살 유아의 어머니는 "도내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만한 정원이 마련된 곳은 신일유치원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과 함께 놀고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를 보니 뿌듯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 심현보  안양 신일유치원장 인터뷰

 "올바른 학습을 위해서는 유아들이 배우려는 생각을 갖도록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합니다."

 1993년부터 안양 신일유치원장으로 30년 가까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심현보 원장은 그 누구보다 유아들 곁에서 유아들이 호기심을 갖고 행복한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노력한다.

 그는 "유아와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기대하는 바를 곱씹어 보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고자 어울림유치원부터 혁신교육을 운영했다"며 "무엇이 좋은 교육인지를 고민하고, 현재를 ‘바꾸는’ 혁신보다는 모든 유아들이 어울러 성장하도록 ‘만들어 가는’ 혁신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혁신유치원마다 각기 다양한 가치들을 지니리라 생각하지만 진정한 혁신유치원은 ‘유아가 즐겁고 재미있는 유치원’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타당하다"며 "유치원 구성원으로서 유아와 교사, 학부모 모두가 논의하고 고민하는 유치원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혁신유치원 방향에 대해 기관과 유아, 가정이 모두 교육주체로 참여하는 교육과정 운영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은 각자에 맞는 잠재적인 능력이 있다"며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심 원장은 "신일유치원이 지금까지 이뤄 낸 활동과 만든 공간 등의 결과물보다는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교육문화를 공유하는 선도적 유치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신일유치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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