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최근 국내 언론에 시진핑은 지고 리커창이 뜬다는 ‘시샤리상’ 관련 보도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이는 현재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1위인 시진핑 당서기가 물러나고 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소식이 최근 자주 보도되는 것일까? 이는 공산당이 최고 목표로 내세우는 ‘민생과 안정’ 정책이 최근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 블룸버그통신 발표에 따르면 1976년 이래 46년 만에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대로 미국의 2.8%에 역전당했다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의 고공 성장을 꾸준히 유지해 왔던 중국이 이처럼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진 것은 바보 같은 제로코로나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민심도 동요하고, 특히 중국 공산당 지도부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고 한다.

곧 여름이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매년 대략 8월 초가 되면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포함한 공산당 전·현직 핵심 수뇌부 200여 명이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베이따이허(북대하)에 총집결한다. 북대하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곳으로, 보하이(발해)만에 접한 유명한 해변 휴양지이자 관광지이다. 

북대하의 역사는 먼 옛날 2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 한무제, 조조 등 중국 역사상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모두 북대하에 들러 넓은 모래사장과 결고운 모래,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근대에는 청나라 광서(光緖) 24년(1898)에 외국인 전용 해수욕장으로 개발됐고, 사회주의 중국이 되면서 북대하는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소와 요양원들이 들어섰다. 물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북대하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현대 중국의 정치와 떼어놓을 수 없다. 중국 당정 최고 지도자들은 매년 여름이 오면 이곳에 모여 ‘북대하회의’를 통해 주요 국사를 논의하고 결정한다. 올해도 이미 북대하회의에 중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올 가을 개최되는 제20차 당대회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이 당대회는 5년마다 개최되는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로 차기 권력 구조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다. 얼마 남지 않은 북대하회의 시점까지 시진핑 계열과 리커창 총리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지방의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확고한 입지가 재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24곳에서 열린 당대회 업무 보고서를 보면 시 주석의 ‘영수(領袖·최고지도자)’ 지위가 20차 당대회에서 공고히 다져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물론 그 수행원도 윈난(雲南)성 쿤밍 지역의 정부기관과 학교, 민간기업, 소수민족 가정 등을 방문하면서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많은 나라가 오미크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서 상하이 봉쇄 등 과도한 방역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산당 내에서 리 총리 입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강조하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리 총리가 노마스크로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과연 북대하회의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시 주석 찬가(3연임)인가, 리 총리의 대망론인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명문이 이 순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