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되기도 전에 무더위가 찾아왔다. 전국 대부분이 30℃를 웃도는가 하면, 대구의 한낮 최고기온은 35℃를 넘어섰다. 때이른 폭염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났다. 6월 평균기온이 27℃인 스페인 날씨는 40℃를 넘는가 하면, 이라크의 기온도 평년보다 7℃ 높은 50℃에 육박한다. 

더위와 가뭄으로 바짝 말라 버린 지역과는 달리 또 다른 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두세 달 치 비가 사흘 동안 쏟아져 인근의 집이 떠내려가고 도로가 끊기는 등 많은 피해가 나타났다. 중국 광둥성에도 홍수와 산사태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온 현상을 비롯한 이상 현상을 기후변화의 일환으로 본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대변인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불행하게도 미래를 미리 맛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어떤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까? 2019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우리가 당면한 기상이변을 소재로 비가 그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도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고등학생 호다카는 매일 같이 비가 내리는 도쿄에 도착한다.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못한 호다카는 생활비가 부족해 노숙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중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 히나가 험악한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의협심을 발휘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딱한 사정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된다. 히나는 초등학생 동생을 홀로 돌보는 가장이었고,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호다카 역시 고향 마을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뛰쳐나온 소년이었다.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호다카와 히나는 자신들의 힘으로 팍팍한 도쿄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오래지 않아 호다카에게 마음을 연 히나는 자신이 가진 신비한 능력을 알려 주는데, 그것은 바로 잠시나마 비를 멈추게 하는 능력이었다. 히나가 하늘에 기도를 하면 폭우가 잠시 멈추고 햇살이 찬란하게 빛났다. 호다카는 히나의 재능을 살려 맑은 날씨를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족과 나들이를 하고 싶은 사람들, 벼룩시장을 여는 상인들, 불꽃놀이 행사 주최 측 등의 의뢰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이들의 사업은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히나의 몸이 투명해지는 것이었다. 기도를 통해 폭우를 멈출 때마다 히나는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러나 소녀 한 명의 희생으로 세상이 맑아질 수 있다면 그에 찬성한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그런 바람에 응답이라도 하듯 히나는 공중으로 사라지고 날씨는 화창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다카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지 묻는다. 그리고 히나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소녀를 찾아 나선다.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청춘의 순수한 사랑 이면에 기후변화가 가져올 심각성을 말하고 있다. 신카이 마이코 감독 특유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아름다운 작화는 기상이변으로 언젠가는 보지 못할, 사라져 버릴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냈다. 이와 함께 공리주의와 전체주의적 사고도 경계한다. 작품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옳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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