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 국내 첫 감염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인천은 또다시 원숭이두창 첫 감염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데 이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국내 첫 감염자도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과거 대유행을 일으켰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 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도 어김없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인천이 국내 첫 발생지역이 됐다. 

인천공항이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인천공항이 자리한 영종은 감염병전문병원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종합병원조차 없다. 그렇다고 공항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응급환자를 돌볼 응급실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천이 대한민국의 방역 최전선을 맡고 있지만 사실 몸으로만 막고 있지 이를 방어할 아무런 수단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의 국내 유입이 확인된 마당에 더 이상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천에는 공항과 항만이 있는데다 감염병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도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 중 하나는 감염병 확진자의 이동 위치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감염병 환자를 장거리로 이송해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지리적 요건을 고려할 때 인천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최적지다. 

그럼에도 인천은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에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칠곡경북대병원에 밀렸고, 올해는 분당서울대병원이 감염병전문병원으로 확정되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정부도 사정은 있겠지만 이렇게 인천을 푸대접해서는 안 된다. 인천공항으로 해외 감염병이 유입되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아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인천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는 일이다. 또 다른 유행병이 유입되면 결국 또 인천이 떠안게 되는 현실에서 정부는 인천에 우선적으로 감염병전문병원 입지를 결정하고, 나머지 지역은 차후 공모가 됐든 뽑기가 됐든 결정하면 될 일이다. 일에는 항상 급서(急舒)와 순서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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