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4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00.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연합뉴스
23일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4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00.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장중 1천300원을 넘어서면서 경기도내 수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특히 올 초부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80원 오른 1천302.10원에 거래됐다. 환율이 1천300원이 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고가 기준 1천303원을 기록한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정유업계와 전자업계, 제조업계의 반응이 각각 다르다.

정유제품은 원가가 제품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특성상 당장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달러표시 채원인 유전스(Usance)의 이자부담은 영업외손실로 기록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들여 정유 공정을 거친 뒤 제품을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달 가량인데, 이 과정에서 발행한 유전스 채권에서 생기는 이자는 환율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환율이 오르면서 매출액이 늘어나면 어느 정도 상쇄 되는 효과는 있으리라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환율로 인한 정유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도내 주력 수출 품목중 하나인 자동차 제조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지리라 우려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리는 경우가 많아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내 대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대체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반도체 업계는 환율 상승이 반도체 원재료 비용이 커지는 효과로 이어지리라 분석했다. 해외에서 필수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반도체 장비나 원재료 비용 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 모두 경기도에 위치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환율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는 보겠으나, 미국 공장 등 해외 공장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효과는 그리 크지 않으리라 예상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은 "각 기업이 어디서 소싱을 하느냐에 따라 이 같은 고 환율로 이득을 보는 기업도, 손해를 보는 기업도 생기리라 본다"면서도 "높은 환율로 이득을 본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제조,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가 주력인 경기도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