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최계철 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조선시대 세종 때부터 초헌(초軒)이라는 게 있었다. 문관으로서 종2품(현재 차관보 정도) 이상인 관료만 탈 수 있었던 외바퀴 수레이다. 바퀴는 작으면서도 높이는 한 길이나 돼 탄 모양을 바라보면 사닥다리로 지탱하는 지붕에 오른 듯 위태로웠다.

움직일 때는 다섯 사람이 붙어 잡아야 했고, 반드시 별도로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위험하고 불편했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정사를  살필 때 위에 올라탄 것을 자랑하지 말고 항상 주위의 수고하는 자를 생각하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 않았을까.

이번 지방선거처럼 선거로 취임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신분이 정무직 공무원이다. 경력직인 일반 공무원과 달리 직급이 별도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러 사항을 종합해 보면 인천시장은 차관급, 시의회 의장도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군수와 구청장은 인구수에 따라 다르지만 1~3급, 시의원과 군구의회 의장은 1~3급, 군구의회 의원은 2~3급 정도의 예우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급여는 일반직의 같은 급수보다 적지만 권한은 그보다 훨씬 크다.

지방선거에 당선된 의회 의원들은 정권 쟁취를 목적으로 결성된 정당원의 자격에서 벗어나 순수한 주민의 대표로서 지자체 업무를 감시·감독·견제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작은 인구, 작은 면적, 작은 예산의 지자체일수록 그렇고, 한 정당 소속이 지배적일수록 정당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만일 단체장과 의회 의원,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같은 당이라면 자체적인 감시나 감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이 된다.

이번 선거에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정무직이 무투표로 당선됐으며, 얼굴은커녕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후보들에게 투표한 예도 많았다.

인천에서도 기초의원 20명이 무투표로 정무직 공무원이 됐다. 경쟁이 없다면 긴장도 줄어든다. 자칫 주민만 보고 일하겠다는 애초의 다짐은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인사를 받다 보면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안 가 공무원들에게 부하 다루듯 호통이나 친다는 소리라도 듣는다면 안 될 일이다.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현직 공무원들은 사실 불안하다. 이른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승진이나 보직의 상대적 불이익을 염려해 연고를 찾는다. 혈연, 학연, 지연이 공직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번 선거에도 두 후보자를 시장으로 모두 모셔 봤던 퇴직공무원들이 줄을 섰다. 승리하는 데 공을 세웠다고 인정받은 일부는 인수위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선자의 선택을 받았으니 물론 현직에 있을 때 후배나 동료 공무원들에게 인성이나 능력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리라. 그러니 언제 어디서라도 현직 후배들에게 "너희도 내가 했던 것처럼 처신하라"는 조언을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벼슬의 무게는 각자가 느끼기 나름이다. 그 무게는 책임과 비례한다. 선거로 정무직이 된 인사들이나 이른바 사단으로 분류돼 입성하는 정무직·별정직 공무원들이 공인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공직만큼 편하고 좋은 직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법에 정한 의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의미한다. 오죽하면 다산조차 목민관의 벼슬은 함부로 구할 것이 아니라고 했을까. 

공무원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룩이 익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초혼을 타듯 벼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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