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동북아 3국의 ‘사회 안정감’ 데이터를 보면 중국이 가장 높고, 정부 신뢰도는 가히 에베레스트급으로 으뜸이다.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 역시 근처에도 못 간다. 하지만 통제된 사회의 수치보다 현실적인 여러 징후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분명하다.

지난 10년 동안 시진핑 체제에서 사회 통제력은 매년 강화됐고 올 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3기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사회 안정 유지와 사회적 긴장 강화, 인민의 권리 등이 상당히 제약될 것으로 보이는데, 도처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는 호응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로 번져 간다.

우선 공산당 정부의 권력이 너무 커진다는 점에 대해 중국의 인민들은 자신들의 권익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걸 우려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보다 무한히 확장하는 공권력이 더 무섭다", "광적인 애국주의자 수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머잖아 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신용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들(정부)이 하는 말을 믿어 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중국 관영매체들은 여전히 시진핑이 이끄는 공산당 정부가 세계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인민들은 애국심으로 충전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으나 일반 인터넷의 네티즌들이 통제를 뚫고 쏟아내는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몇몇 폭력·금융 조작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쉽게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허베이성 탕산의 식당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살펴보자. 

지난 10일 건장한 남성들이 식당에서 여럿 여성들을 집단으로 폭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따지고 보면 중국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는 폭력배의 일탈행위 정도로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곧바로 공안이 아홉 명의 용의자를 체포했고 민심은 가라앉는 듯했으나 이 사건을 담당한 공안당국이 사건 발생지인 탕잘시 공안국이 아니라 랑팡시 공안국이라는 데서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탕산 공안국이 폭력배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었기에 랑팡 공안국이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폭력 세력 척결 프로젝트’를 시작해 3년 만인 지난해 "폭력 세력을 성공적으로 척결했다"고 자신 있게 선포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척결됐다는 폭력 세력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며, 공안이 그 뒷배를 봐주고 있었다니…. 인민들의 분노는 물론이고 거짓을 일삼는 정부 발표에 불신의 그물이 덮친 건 확실해 보인다.

이것으로 인민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판에 허난성 저저우시 지방은행 예금주들의 ‘전자 코로나 확인증 조작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개요는 예금주들이 자금난에 빠진 은행에 몰려와 돈을 인출할 것을 염려해 시의 방역담당관이 이들의 전자 코로나 확인증을 ‘문제없음’을 뜻하는 녹색에서 ‘문제있음’을 뜻하는 빨강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에서는 전자 코로나 확인증이 빨강으로 되면 물건 구매는 물론이고 이동과 직장생활 등에서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주민들의 방역활동에만 쓰여야 할 코로나 확인증이 지방관리들의 ‘사회 안전 통제’라는 명분으로 조작돼 불법적으로 쓰였다는 게 드러났다. 

도대체 공권력의 규제를 받지 않다면 어디까지 조작과 불법을 자의적으로 행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당연히 일어나지 않겠는가.

충격적인 사건의 배후에 폭력배와 결탁한 공안당국, 불법 조작으로 마치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운영한 듯이 꾸며 은행 인출금을 막는 지방관리, 지난번 상하이를 두 달 넘게 봉쇄하면서 인민들을 옥죄었으나 권력을 가진 자들은 거의 자유자재였다는 점 등등은 숨겨진 구조적 문제의 단면이고, 그 실체는 빙산의 본 모습처럼 수면 아래 거대하게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쪽이 많다. 

최근 들어 중국 청년들이 과도한 소모적 경쟁을 뜻하는 ‘네이쥐안(內卷)’과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탕핑(身尙平)’에 이어 ‘사회로부터 탈출’을 꾀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과연 중국의 청년들만 그럴까? 우리도 간단히 생각해 볼 일은 아닐 터. 다만, 불안한 중국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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