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 작가가 인천시 부평구의 한 카페에서 글을 쓰는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하나 작가가 인천시 부평구의 한 카페에서 글을 쓰는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무조건 쓰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시는데, 저는 말하듯이 쓰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순서를 다 기억하면서 똑바로 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어떠한 규칙이나 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접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시대다. 1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영상이 그 중심에 선 듯싶지만 여전히 글은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한 좋은 도구로 꼽힌다. 그만큼 글을 쓰고 싶은 사람도, 쓰기를 망설여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글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또 어떻게 써 내려갈까. 직장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전업 작가로 에세이와 소설을 쓰는 최하나(37)작가를 만나 봤다.

 최 작가는 원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3학년 때까지 댄스 가수를 꿈꿨다. 공연도 하고, 대회도 나가고, 데모 테이프도 찍고, 오디션도 보고 별걸 다 했는데 결국 문턱을 못 넘고 취직을 했단다. 일이 익숙해지니 마음속 한 구석에 상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직장생활 2년 차 때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웹에다 소설을 올렸다. 축구 명예기자를 뽑는데도 지원했다. 27살이었다.

 명예기자 활동은 적성에 맞았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모르는 사람도 답변을 해 주는 상황이 신기했고, 인터뷰를 하면서 교감하는 느낌도 좋았다. 이후 패션 매거진에서 프리랜서 소속으로 일하며 글 쓰는 일을 이어갔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브런치에 ‘결혼, 300만 원이면 충분해요’라는 글을 연재하면서다. 실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글을 쓰다 보니 "조금만 더 보태면 책이네"하는 생각이 들어 투고를 했고, 그 중 한 곳에서 계약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첫 책이 빠르게 나왔다. 이후에는 매해 두 권씩 책을 낸다.

 주로 소설은 집필하는 데 6개월 정도, 에세이는 3개월 정도 걸린다. 오후 11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 작업한다. 최 작가는 "어떤 이야기가 찾아온다"고 했다. 생활을 하다가 스토리가 떠오르면 그 이후부터 머릿속에서 스노볼 굴리는 양 점점 얘기가 디테일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플롯을 완벽하게 짜고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소설을 쓸 때 캐릭터 구성에 주력한다. 

 그는 "평상시 제가 봤던 미디어나 인상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고 관찰하는 일을 좋아해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과 제가 봤던 인물들이 조금씩 합쳐지는 듯해요. 캐릭터는 정말 내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프로파일링을 다 하죠. 그러면 그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싸우고 사랑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식입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강남에 집을 샀어」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나온 이야기다. 「강남에 집을 샀어」는 10년 동안 시험을 준비하다가 떨어진 공시생이 어학원 계약직 실장을 거쳐서 어떻게 200채가 넘는 임대사업자가 됐는가에 대한 과정을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최 작가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다. 어떤 사람이 살인자가 됐으면 그 과정에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헤치고 이야기하는 장르다.

 최 작가는 "집과 부동산 투자, 투기에 대한 부분에도 관심이 커서 관련 내용을 많이 챙겨 봤어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임대차 제도인 전세 제도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시를 오랫동안 준비해서 뭔가 경력이 붕 뜬 사람들이 많다는 사회적인 이슈들이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어느 날 김건동이라는 주인공이 저한테 찾아왔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에 일부러 특정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쓰진 않았지만 마음속에 생각하는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실린단다. 이 책을 통해서는 부나 명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 조장하는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도 많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투자와 투기는 다르기 때문에 조금 경계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최하나 작가가 최근 발간한 에세이와 소설.
최하나 작가가 최근 발간한 에세이와 소설.

 최 작가는 집필 활동과 함께 글을 쓰고 싶지만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통해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야기를 하는 도구’로써 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아름다운 표현을 접하게 된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글이 좋은 점은 맞춤법도 확인해야 하고, 비문도 잡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쁘게 표현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 작가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영상의 시대에 글을 왜 써야 되느냐’입니다. 저도 영상도 찍고 글도 쓰지만 사실 영상에서 가능한 이야기는 한계가 있어요. 영상은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장인이 민감하거나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좀 힘든 방법이죠. 반면 글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내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또 영상 같은 경우는 수정·편집이 되긴 하지만 컷 편집 정도지 살을 다시 붙이면서 바꾸기는 어려운 단점도 있어요. 글은 언제든지 올린 다음에도 바꾸기가 가능해 초보자분들이 조금 더 접근하시기 쉽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작가로서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다. 직업 타이틀을 달려면 돈을 벌어서 내가 먹고사는 일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로 직업을 바꿀 때부터 매번 궁리했다. 어떻게 이번 달 생활비, 다음 달 생활비, 계속 꾸준히 소득을 낼까 하는 고민 말이다. 다른 작가들보다는 강연이나 강의를 정말 많이 했다. 유튜브 채널을 혼자 운영하며 마케팅도 한다.

 그는 "직장을 다니다가 예술로 넘어왔기 때문에 예술로 시작하신 분들보다는 다소 계산적이라 생각해요. 원고료가 상당히 중요하고 정산일자나 페이를 이야기 안 해 주면 꼭 물어보고 제 기준에 맞게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글로 먹고사는 일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안 된다’라고 말씀하실 듯한데, 저는 지금까지 먹고살았으니까 가능하다고 말해요. 대신 이 글이 어떻게 돈이 될까를 저는 많이 연구하고 고민합니다"라고 했다.

 최 작가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자칭 인천 토박이다. 인천의 청년예술가로서 아쉬움이 있다면 출판사와 미팅을 하거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할 때 타 지역에 있는 이들을 인천으로 모시기 어려운 점이다. 장소 대관도 한정적이고, 서울과 지리적 접근성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단다. 그래서 그는 전반적인 도시 이미지가 조금 더 친근하면서 가깝게 변모하기를 바란다. 또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이 항상 상업성을 배제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최 작가는 "지금 두 번째 쓰는 장편소설에 인천 갯벌을 배경으로 한 격투신을 일부러 넣었어요. 이 작품이 만약 지원을 받아서 나왔다고 하면 비매품이 되겠죠. 그러면 제 지인으로만 독자가 한정됩니다. 인천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공공성을 띤 지원뿐만 아니라 이 청년예술인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자생력을 키워 주는 식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을 서로 이해하려면 지원사업을 할 때 예술인과 실무 공무원들 사이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가능한 캐주얼 미팅이 사전에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데서 작가가 된 보람을 느낀다. 무대에서 춤출 때 느끼는 즉각적인 반응과는 또 다르다. 책은 씨앗을 심어서 싹이 트고 열매가 맺는 모습을 보는 느낌, 수확하는 느낌이 있다고 한다. 혼자서 일단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써야 되고, 그 다음 출간이 되는 데 또 3개월이며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 길기에 그만큼 더 안정적이면서 보람이 지속된다.

 최 작가는 "결과물에 보람을 느끼고, 책이 독자들에게 갔을 때 피드백이 오면 또 보람을 느껴요. 같이 책을 만들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편집자분들과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고민하고, 출판사분들과 제목이나 표지를 의논하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자체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죠.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께 소설 앤솔로지 작품집이 출간될 듯싶고, 현재는 두 번째 장편소설 퇴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꾸준한 집필 활동을 통해 독자분들을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라고 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최하나 작가 프로필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 소설과 에세이를 주로 쓴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강남에 집을 샀어」를 비롯해 「어떤 실험」,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산책일기」, 「결혼, 300만 원이면 충분해요」 등이 있다. 강연과 강의로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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