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우리는 변화가 무쌍한 디지털 문명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작은 지구는 우주에서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리는 행성이다. 그 속에서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 불리는 인류는 약 25만 년의 생명을 존속하고 있다. 

 이 지구와 인류의 삶에 변화를 주도하는 밑바탕에는 ‘엔트로피 법칙’이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이는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불리기도 한다. 부연하면 에너지가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거나 형태만 변할 뿐 우주를 이루는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는 ‘에너지보존법칙’, 즉 ‘열역학 제1법칙’의 하류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의 지구에서는 기존의 에너지가 완전히 파괴되거나 별도의 에너지가 새롭게 창조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인류의 다양한 문화 영역 중 하나인 교육(敎育), 여기도 ‘엔트로피 법칙’이 작용한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창출해 에너지를 사용한다지만 교육이란 기본적 원리, 즉 인류 문명의 유지와 계승을 위해 대대손손 가르치고 길러내는 에너지의 총합에 불과하다. 다만, 각각의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인류의 무수한 변화 그리고 과거의 제도를 수정·반복하는 역사에 에너지 소모를 순환시킬 뿐이다. 교육활동에 투입하는 에너지 역시 국가에 따라 형태와 양적 차이를 보이지만 실상은 에너지보존법칙에 의한 엔트로피의 순환에 불과하다. 

 고대 이래로 우리나라의 교육은 하나의 본질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다. 그것은 널리 이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통해 이 목표를 이룰 것인가는 과거부터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달랐다. 예컨대 고대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한제국시대 그리고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기관과 교육목표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하면서 오늘의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그 가운데 내재하는 교육의 근본 이념은 그 시대에 적합한 ‘인재 육성’으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가 바라는 인재 육성은 어떤 것인가? 

 최근 새 정부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 개혁을 표명하고 반도체산업의 부흥과 100만 인재 육성과 관련해 ‘기업형 인재 육성’을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교육부도 경제부처의 하나처럼 생각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신임 대통령의 철학과 함께 시대적 요청사항을 그럴듯하게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으로 제시한 교육목표와 전혀 다른 것이 없다. 과거 산업화·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산업 역군 양성을 교육목표로 해 인재 양성을 꾀했다. 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오랜 교육정책의 관행이 거시적 교육목표인 보다 성숙하고 인간다운 인간, 바람직한 민주시민, 세계시민의 육성과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교육선진국들은 이미 메타버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첨단 디지털 분야의 인재 양성을 초월해 근본적인 전인적 인간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정책은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정권의 교체 시마다 교육 개혁이란 이름으로 입시제도의 변화만을 반복해 왔다. 여기에 쏟아부은 에너지는 이미 교육부의 에너지 총합에 엔트로피를 축적했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 개혁이란 명분으로 더 이상의 악성 ‘엔트로피’를 축적하는 데 경계해야 한다. 이는 최근 교육부 무용론이나 폐지론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의 경우 청소년기에 이미 경쟁과 입시에 에너지총량을 과도하게 소모해 악성 엔트로피가 쌓여 육체적으로 병든 것과 유사하다. 일찍이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를 낳은 제도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국민의 공감을 얻어 과감하게 실시해야 할 교육혁명의 에너지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젠 악성 엔트로피를 더 이상 축적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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