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예로부터 ‘당근’과 ‘채찍’이란 말이 존재한다. 이는 성과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행동기제다. 보상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 기제로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의식의 발상이다. 성과주의는 성과에 대한 평가, 그 결과의 적용이 사람과 조직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성과주의는 득(得)보다 해(害)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사관리(HR) 전문가인 팀 베이커는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제도 혁신 브랜드를 내세운 「평가제도를 버려라」에서 전통적인 성과평가 시스템은 군대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1천200명의 관리자와 인사관리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현재의 표준화된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점을 여덟 가지 유형으로 간추리기도 했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주목하는 단점으로 건설적이고 고무적인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지극히 파괴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전통적인 성과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한국지엠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1999년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2003년 전체 사무 직종으로 확대했다. 사무직을 5등급으로 나누고 최하 등급은 임금 동결이란 ‘채찍’을, 최상위 등급은 임금 20% 인상이라는 ‘당근’을 줬다. 그 결과는?

첫째, 친분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평가제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추락했다. 둘째, 상·하급자와 팀원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졌다. 셋째, 입사 동기 간 연봉 차이가 벌어져 조직 내 위화감이 커졌다. 결국 한국지엠은 2014년 4월 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연공급 체계의 임금제를 새로 도입했다. 

그 뿐인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상대평가에 의한 성과연봉제가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제도"라며 폐지했다. 그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와 능률이 떨어졌고, 상호 불신과 불화가 급증하는 극심한 부작용 때문이었다. 

기업의 이런 부정적인 효과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대도시 하이파에서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을 힘들어하던 보육교사를 위해 6개 어린이집 원장들이 결단했다.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마다 소정의 벌금을 물게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부모들이 늦게 오는 빈도가 오히려 2배까지 늘었다. 그 이유는 돈만 내면 늦게 데리러 가도 되는 ‘권리’를 마음껏 활용했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시간을 더 살 수 있다는, 즉 물질적 처벌이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평가나 사회적 평판에 민감하다. 이 말은 보상과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말해 주는 근거다. 학교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민주주의를 구현하려 할 때도 매우 중요한 점이다. 전통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고 다른 이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한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당위성이다. 하지만 물질적 강화 방법은 많은 문제를 내포함을 위의 사례들에서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이제 학생들을 순위와 석차(등급)로 줄 세우기 하는 해묵은 학생평가제도와 교사들의 일상적인 업무를 점수화해 차등적인 등급을 부여한 뒤 이를 성과급과 승진으로 활용하는 교원평가제도는 재고(再考)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올해도 교원성과급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다시 교육에서 성과 경쟁 시스템을 부추긴다. 교사와 학생의 성과 여하가 능력의 차이를 넘어 차별을 뒷받침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론컨대 학교에서의 현재와 같은 성과주의는 장점보다는 학생과 교사 개인 사이의 경쟁 시스템과 차별을 구조화해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식해 이제는 맹목적인 성과주의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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