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ESG경영지원단장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ESG경영지원단장

노자의 「도덕경」에 유무상생(有無相生)과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구절이 있다. 재무성과 지표가 보여 주는 현상 이면에는 보이지는 않는 비재무성과인 ESG의 본질이 또한 존재할 수 있으며, ‘이것이 道다’라고 하면 그 즉시 ‘道’가 아닐 수 있다는 다양한 변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가 경영 전략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ESG의 기저에는 지속가능발전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존재한다. 지속가능발전(SD: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미래세대에 대해 그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ESG가 큰 화두로 떠올랐지만, 사실 ESG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개념은 아니다. 기업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지표로 ESG가 부상한 것은 1987년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이 제시되면서부터다. 다시 말하면 지속가능발전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원과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고 현 세대의 수요 충족을 위해 지속성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빈곤과 인구 증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환경 파괴 등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래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997년에는 비영리단체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미국 보스턴에 설립됐으며, GRI 지침은 2000년부터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쳐 2016년에는 GRI 표준(GRI Standards)을 정립하게 됐다. 이는 경제, 환경, 사회 부문으로 나눠 기업이나 기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현재 기업과 기관들이 지속가능보고서나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기본적인 지침 중 하나로 활용한다. 

2006년에는 UN 주도 하에 지속가능성 투자 원칙을 준수하는 국제 투자 기관 연합체인 U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가 결성됐다. UN PRI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를 투자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 자산 운용 등에 고려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UN PRI에는 국내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투자운용사 및 투자기관이 가입돼 있다. UN PRI는 금융 투자 원칙으로 ESG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현재 기업 경영에서 강조되는 ESG 프레임의 기초로 볼 수 있다. 

ESG와 관련된 정보공시 중 또 하나는 2017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에서 발표한 권고안이 그것이다. TCFD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분석하고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가지 측면에서 재무정보공개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UN PRI 준수를 본격화하고 TCFD 권고안 발표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2021년 1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합동으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공시제도에 따르면 현재 자율공시로 지정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이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예: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의무화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그리고 애플, 아마존, 월마트, 블랙록 등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CEO가 참여한 BRT(Business Roundtable)는 2019년 8월 연례회의에서 기업의 주주 우선 원칙을 폐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통합된 새로운 ‘기업의 목적(Purpose of a Corporation)’을 선언했다. 181명의 글로벌 기업 CEO가 서명한 선언에는 과거 ‘주주(Shareholder)의 富’를 최우선시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고객, 직원, 공급자,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이해관계자가 핵심 주제로 다뤄졌으며, 9월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Measuring Stakeholder Capitalism)’이라는 제목의 지속가능한 가치 측정 가이드라인 백서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거버넌스, 지구, 사람, 번영을 4대 축으로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제시됐다. 아울러 2019년 BRT 선언이나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기업 경영과 자본주의가 강조되면서 ESG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ESG는 기업 가치의 ‘뉴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재무적 관점의 경영전략에서는 재무성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며 재무제표 공시를 통해 성과를 외부에 공표해 왔다. 더군다나 ESG는 대표적인 비재무성과로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와 ESG 콘텐츠를 통해 그 성과를 외부에 알리게 된다. 앞으로 이러한 재무 및 비재무성과가 기업의 경영 전략과 공시 보고서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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