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누군가 ‘왜, 우리는 태어나는가?’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것인가? 만약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대답한다면 이 말은 얼마나 우리에게 진실성과 마음의 울림이 있을까?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는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첫째로 그는 충실한 신앙을 가지고 선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보고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를 깨달았고, 둘째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영구적인 구두를 주문하는 귀족 신사를 보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으며, 셋째로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훌륭한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시간을 거슬러 한 인물에 더 집중해 보자. 1949년, 당시 프랑스의 상원의원이었던 아베 피에르(Abbe Pierre, 1912~2007)신부는 자신의 관할지를 산책하던 중 목을 매고 죽으려는 전직 목수를 만났다. 죽으려는 그 사람(조르주)을 붙잡고 피에르 신부는 "죽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나와 함께 집 없는 사람들 집이나 만들어 주고 나서 죽으라"고 말했다. 목수는 자기보다 더 비참한 상태에 놓인 이들을 도와 그 고통을 나눠 짊으로써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침내 자립할 수 있었다. 

 조르주는 나중에 고백했다. "신부님께서 제게 돈이든 집이든 일이든 그저 베푸셨다면 아마도 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건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그는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갔다. 이것이 바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사랑의 ‘엠마우스 공동체’의 시작이자 건립 정신이다. 그렇다면 피에르 신부는 누구인가? 그는 매년 프랑스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으로 8년 동안 일곱 차례나 1위에 올랐었다. 그는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수도자의 길을 간 사제요,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투사였으며, 50년 넘게 빈민과 노숙자, 부랑자와 함께한 가난한 이들의 대부였다. 

 방송에 출연해 종종 격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는 "나는 자주 화내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을 무너뜨리는 무언가에 대해 비난해야 할 때가 되면 화를 내기도 한다"며 이 같은 ‘성스러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랑이고, 이 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종교에서 공통으로 설파하는 사랑, 자비, 용서는 결국 함께 나눠 짊어지는 책임감이다. 우리에게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나눠 가질 책임이 있다. 행복은 결코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장기간 위기 속에서 봉쇄,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인류에게 지혜로운 처방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삶을 사랑하는 법을 교육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함께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나누고 베푸는 공동체 사랑으로 발전하며 우리 스스로가 책임질 줄 아는 교육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로써 인류는 더욱 바람직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현명한 인간이라 이름(학명) 지어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그의 위대함은 바로 사랑과 책임, 그리고 교육에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