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로 올라가면서 경기지역 수출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일시적인 수출 증가 효과는 누리지만,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국제 상황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천308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인 1천144원보다 14% 상승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깝게는 미국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타이완을 방문하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영향을 받았다. 타이완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한 긴축정책에 따른 달러 강세 현상과 함께 경제 침체 우려 때문으로 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계속 1천300원대 이상에서 움직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경기지역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챙겼지만,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경기지역 수출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717억 달러, 수입은 12.0% 증가한 883억 달러, 무역수지는 165억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경기본부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긴 하겠으나 원자재 공급망 불안 등의 이유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리라 내다봤다.

배길수 경기본부장은 "경기지역 대부분의 수출기업은 부존자원이 없는 국내 상황상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반도체 등이 그러한데, 환율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하리라 본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문제뿐 아니라 국제 정세에 따른 불안한 글로벌 공급망도 수출기업들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다. 무역협회와 정부가 수출기업들의 공급망 정상화에 노력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올해 안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물류난 해결은 요원하다.

배 본부장은 "이 밖에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원자재 문제 등 부차적인 부정적 영향도 문제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국제 정세를 내다보도록 해 주는 일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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