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원들이 임시국회가 끝나고 정치 하한기를 맞았다. 여야 의원들은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개원국회의 원구성 협상을 놓고 벌였던 샅바싸움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그동안 보여준 구태를 반성하고 가을 정기국회에 대비하기 위한 민생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성숙해져서 국회로 돌아오게 될지 일단 이들의 여름방학에 거는 기대가 개원국회 이전에 못지 않다 하겠다. 원구성 등으로 비록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개원 50일만에 의원법안 발의가 111건에 이르고 이번 민생활동에도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워크숍을 갖고 17대 개원국회를 평가하고 현장국회 발대식을 가졌다고 한다. 민생속으로 뛰어들어 각종 민원과 현안을 파악한 뒤 이를 입법활동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현장국회 일정이 청송보호소, 서대문교도소를 찾아가는 비롯해 증권거래소와 군인아파트 및 내무반 방문, 장바구니 행사참여, 일일택시기사 활동 등으로 짜여진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현장정치는 당내 연구모임별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당 공식활동이 시작되겠지만 일단 당내 모임인 `국민생각'과 `푸른모임'을 비롯해 `새정치 수요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중심으로 개성공단 및 독도·하나원 방문, 급식현장 체험 등에 나설 계획이라니 의욕만큼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같은 민생현장 활동과는 별개로 해외방문 건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여름휴가를 겸한 외유가 여전한 게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함께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민주·공화당 전당대회 참관과 아테네올림픽 선수단 격려, 각종 세미나 참석을 위해 여야 의원 상당수가 해외나들이에 나서기 때문이다. 공식초청행사 등 의원외교에 부합된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지만 개인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거나 의원간 친목도모를 위한 단체 해외방문도 추진되고 있어 국내 민생활동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개인자격으로 해외여행길에 오르면 안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름 한철은 국내 곳곳에 산적한 현안을 챙기기에도 짧은 일정임이 분명하다. 보다 충실한 여름방학을 보내 가을국회가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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