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
한재웅 변호사

2019년에 있었던 북한 어민 북송 문제가 얼마 전부터 다시 논란이다. 정쟁의 수단으로 소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만 이 문제는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를 현실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내포돼 있고 동일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일각에서는 북송된 어민들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나 이들이 조사를 받으며 범행 이유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해군에 발견됐을 때 귀순하지 않고 이틀간 북쪽과 남쪽을 오가며 대치한 뒤 제압돼 나포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선상에서 살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귀순 의사는 남한체제에서 살겠다는 종국적인 의사가 확인되면 되는 것이지 동기를 묻는 것은 아니므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귀순하기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귀순 의사는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두 쟁점과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이 사건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경우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이와 같은 해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탈북민도 대한민국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북한주민들이 북한에서 저지른 죄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귀순 의사가 있는 경우 강제로 북송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이것이 원칙이다. 

2019년 어민 북송사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은 이와 같은 원칙이 이 사건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출신 태영호 의원은 우리 법률에 의해서 재판을 받게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일리 있는 주장이나 북한 주민들이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를 우리나라에서 현행 형사법에 따라서 재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단은 정황증거로는 부족하고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를 재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실제로 탈북인이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이다. 경미한 범죄는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중대하고 반인륜 범죄의 경우에는 이들이 증거 부족으로 처벌받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고 국민정서에서 부합하지 않는다. 탈북이 면죄부의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은 유죄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다른 사안의 경우에도 같은 입장이라면 범죄의 고도의 개연성이 있음에도 직접 증거가 없다면 처벌을 못하고 국내 거주를 허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동아일보의 북한 출신 주성하 기자는 반인륜범죄자들은 대한민국 입국을 허용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반인륜범죄에 대해서는 일종의 예외를 두자는 의견인데 이 역시 일리 있는 주장이기는 하나 추방의 법적근거가 미약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이런 판단을 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와 방법에 대한 입법적 해결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국민적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 

명확한 해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2019년 사건 당시 정부의 북송 조치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했고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하고 관련된 조사도 철저하게 있었어야 한다. 

당시 어민들에 대한 조사 후 북송까지 5일 밖에 안 결릴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그 과정이나 절차가 적절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단순 표류자의 북송과 같은 수준에서 판단한 것 같다. 지나치게 서둘러 졸속적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이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이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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