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폐암, 전립샘암, 유방암 등은 척추로 전이되기 쉬운 암이다.

전이암은 원발암에 비해 치료가 어렵지만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적합한 치료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척추 전이암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말기암’이라고 낙담하고 수술과 치료를 포기한다.

그 자체로 흔히 말기암에 해당하지만, 말기라는 말 자체가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이성 척추암은 완치 가능한 병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암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해야 한다.

전이암은 대부분 원발암을 치료하는 중 발견된다. 원발암이 무증상인 상태에서 허리에 통증을 느껴 전이성 척추암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문 편이다. 암 환자가 치료 중 허리에 통증을 느낀다면 적극적인 검사로 전이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허리 통증을 무조건 암으로 과대 해석하거나 무분별하거나 남용해서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전이성 척추암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항암 치료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방사선 수술을 통해 항암 치료를 받을 만한 컨디션을 만든 이후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참기 힘든 마비, 통증 등 신경학적 증상들을 방사선 수술을 통해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주어진 삶을 훨씬 의미 있게 만든다.

최근에는 수술법의 발전으로 압박된 척추 부위의 공간을 넓히는 방사선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등 맞춤 항암 치료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무한 증식하는 악성종양이 신경 부위를 압박하는 경우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종양을 제거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암세포가 신경 부위나 척추뼈 깊이 위치하면 외과적 수술로는 제거가 어려웠다. 그러나 방사선 수술로 외과적 수술 없이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해 수술 효과를 기대해 보게 됐다.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암을 얼마나 태워 없애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느끼는 신경학적인 통증과 치료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다. 환자가 여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따라 치료 설계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완치가 안 된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도움을 받길 바란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박광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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