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연준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미국으로선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다행히도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우리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금리 역전의 불가피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버텨 가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 연준이 최근에 내놓는 입장을 보면 다음번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도 부득불 미국에 보조를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고, 경기 침체의 늪에서 점점 벗어나기 힘든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이미 6월의 국내 소비는 -0.9%로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소비가 둔화되면 생산 위축으로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한다. 실업률 증가는 소득 감소로 가계의 생계비를 압박하는 주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게 가계부채다. 부채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소비를 당겨쓰는 것으로 ‘미래의 경제활동이 저당 잡힌 것’과 같다. 작금의 현실은 과거에 당겨쓴 것들 때문에 현재의 경제활동이 저당 잡힌 형국이다. 지난 정권 탓이 크다. 가계부채 증가를 명목GDP 증가 속도에 수렴하도록 맞추는 건 정책 운영의 기본 컨센서스다. 이런 불문율을 정치적인 이유로 쉽게 깨뜨렸다. 가계부채 증가가 실물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빨랐고 지금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함께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요소가 기업부채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신용은 2천419조 원(3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16.0%로 대기업 대출(7.8%)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임금근로자의 81.3%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이런 풀뿌리 경제주체들이 금리 인상의 파고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서민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밀한 대출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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