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2022년 8월 15일은 8·15광복 77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날이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우리 주권을 일본에 송두리째 넘기는 한일합병 문서에 조인했고, 8월 29일에는 이를 공포함으로써 27대 519년 만에 조선왕조는 멸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충신인 학부대신 강암(剛庵) 이용직(李容稙)은 "이 같은 망국 안에는 목이 달아나도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반대하면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병합조약 직후 역사학자이자 시인인 매천(梅泉) 황현(黃玹), 참정대신인 한규설(韓圭卨), 의정부 참찬을 역임한 이상설(李相卨) 등은 이를 일방적 압력에 의해 이뤄진 늑약으로 보고 극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현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후 35년 동안 우리 백성들은 일제의 억압적인 식민통치 아래 온갖 핍박을 당하다가 1945년 8월 15일 해방돼 영예롭게 우리 주권을 다시 찾았다. 

8·15광복은 미국·영국·러시아 등 50여 개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려 14만 명의 항일독립투사들이 국내외에서 끈질기게 전개한 항일독립운동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방 직후인 8월 16일 "좌파 중심으로 어서 빨리 건국 준비를 하자"는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과 "임시정부가 귀국할 때까지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는 고하(古下) 송진우(宋鎭禹)의 의견 대립으로 첫 좌우 합작 시도가 실패하는 바람에 한반도는 좌우갈등이라는 거대한 불씨를 품은 채 38선을 경계로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분할 점령하고 군정을 시행하게 돼 조선 민중들은 해방의 기쁨을 단 하루만 잠시 누리다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미군정은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강제로 해체시키고 일제에 협력한 전범들을 주요 관직에 기용했다. 이승만 정부 초기 내각은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총리 겸 국방장관 등 독립운동가들을 하나씩 제거해 친일파 내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친일파들이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를 해체하는 바람에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민족 정기와 사회정의를 상실한 채 오랫동안 독재와 부패세력의 지배를 받게 됐다. 

광복 77년이 흐른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의 좌우 대립과 갈등으로 분단된 최빈국에서 한국전쟁과 IMF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도 경제성장으로 경제대국이 돼 이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이 됐다. 

8.·5광복 77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권은 우선 한반도 주변 4강국과의 등거리 외교를 강화하고, 남북한 당국 간 회담을 재개하고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해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를 기해야 한다. 그리고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악행을 고발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하며, 한일 간 국교 정상화로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강제 노동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무역 역조 문제, 도굴·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또한 기초과학 육성과 기술 혁신으로 세계 1등 상품 7개를 12개 이상으로 늘려 많이 생산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복합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선진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분오열된 사회 통합을 기하기 위해 광복 77년의 역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관(史觀)을 정립하고, 국가보훈처가 아직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항일독립운동가들을 새로 발굴해 추모하고 법정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행위자 69구의 시신을 다른 곳으로 이장하고, 전국에 분포한 일본인 귀속재산을 완전히 환수해 국유화해야 한다.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광복절이 국경일로 제정됐다. 광복절에는 전국의 모든 가정이 국기를 달아 경축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8·15경축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각계각층 인사와 외교사절을 초청해 경축연회를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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