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상 동두천시 자치행정국장
정우상 동두천시 자치행정국장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자신감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주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이행하려면 구태에 젖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쇄신이 필요한데, 새로운 단체장이 보기에는 신분이 보장된 지방공무원들이 잘 따라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단체장이 바뀌면 인사와 관련한 온갖 설이 난무한다. 인사 소문에 눈과 귀가 쏠린다. "누가 줄을 섰다. 누구를 도왔다. 요직은 싹 바뀔 것이다. 누구는 승진할 것이다…." 때론 과장된 소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소문대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혜택을 본 것 같은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우연의 일치이고 줄을 대거나 선거에 도움을 줘서 요직으로 간 것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소문은 퍼진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소속 공무원들이 새로운 단체장에게 익숙해지기까지 계속된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소속 공무원들에게 공정한 인사를 약속한다. 공정한 인사였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인사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누구나 만족할 수는 없다. 새로운 단체장이 시행한 인사에서 선택받은 공무원은 공정하다고 여길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공무원들은 소문뿐인 논공행상을 거론할 것이다.

1994년 이후 8번의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선출되고 취임해 시행하는 인사를 지켜봐 왔다. 매번 설왕설래를 경험했다. 그 중 어떤 경우는 호평을, 어떤 경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공통점은 단체장이 취임해 1년여가 되면 전직 단체장이나 현직 단체장의 인사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업무는 성과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공무원 인사도 잘됐는지를 두고 평가할 만한 측정치가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로 치부한다.

그럼에도 단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전직 단체장 아래에서 소외받았던 공무원들은 그동안 가졌던 불만을 새로운 단체장에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전달한다. 이는 변화를 주고자 하는 새로운 단체장들에게는 호재가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또 다른 불만을 갖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불만은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 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되고 40년이 됐다. 퇴직을 앞둔 선배 공무원으로서 바람이 있다. 단체장 교체 시기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공무원의 숙명과 같다. 후배 공무원들이 이를 잘 참고 견디기를 바란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늦더라도 인정받게 된다.

새로운 단체장의 변화를 위한 인사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그치기를 바란다. 공정하게 확 바꾼다기보다는 공정하지 않은 것을 조금씩 공정하게 바꿔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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