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부 계층에서 일류대를 없애고 대학을 평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률 상승, 특히 청년실업률이 증가함으로써 가계는 물론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사회는 소득의 양극화와 함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가계지출증가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교육비 증가이며 이는 주로 사교육비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사교육비 경감은 교육정상화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학교교육의 중심이 대학입시에 몰려 있고 사교육비 지출의 원인이 대입과 연계되다보니 대학의 평준화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일부 계층에서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모든 대학이 서열화돼 있다며 서울대를 폐지하고 대학 평준화를 이뤄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출신학교에 의해 차별을 받는 학벌주의는 시급히 청산돼야할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능력이 있으면 인정받고 우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의 연고주의이며 편향적인 시각이나 코드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를 배출할 세계적인 대학을 키워나가야 할 때에 일류대학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대학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잘못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 시대에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는 일에 국가가 나서야 할 것이며 세계적인 유수한 대학들을 만들고 키워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인력을 길러내고 동시에 뒤쳐지는 인력을 개발하고 끌어올리는 노력은 국가적인 책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평등성을 토대로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평준화는 기회균등의 관점에서 강조될 수 있는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세계적인 대학들을 키워나가기 위해 수월성 추구 노력과 차별화, 특성화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 학벌주의 타파는 일류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차별화하고 특성화시키는 일이다. 과연 우리는 100년 후가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교육이라도 심도 있게 논의해 본 적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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