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톱타자 조용호(33)는 올해 5월까지는 KBO리그에서 가장 긴 시간 홈런을 치지 못한 타자였다.

조용호는 6월 2일 SSG 랜더스전에서 이태양을 상대로 솔로 아치를 그려 프로 데뷔 6년 만이자 492경기, 1천397타수 만에 첫 홈런의 기쁨을 맛봤다.

그로부터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달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2호이자 프로 통산 2호 홈런을 쐈다. 7회 터진 이 홈런은 경기를 4-3으로 뒤집은 역전 결승 투런포라 조용호의 기쁨은 두 배였다.

지난 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조용호는 "이제 홈런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치고 나서 그날은 기분이 좋다. 의식을 안 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영상을 보고 홈런을 친 타격 폼을 따라 하고 있더라"는 이유에서다.

조용호는 롯데 왼손 투수 김유영의 몸쪽 높은 공을 마치 도끼질하듯 찍어서 넘겼다.

그는 "당시 1루와 2루 사이가 넓어 보여서 그쪽으로 쳐야겠다고만 했는데, 마침 몸쪽으로 공이 들어와서 방망이를 돌렸고 공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조용호는 홈런을 친 다음 날인 20일에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2안타를 몰아치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3경기 동안 14타수 1안타의 짧은 슬럼프를 겪었고, 시즌 타율도 0.322에서 0.312까지 떨어졌다.

조용호는 "생전 안 그러다가 나 스스로가 몸쪽 공을 노리기 시작했다. 홈런 나오고 30타석은 정타가 하나도 없었다"며 "홈런 하나 치고 슬럼프에 빠지느니 그냥 한 경기에 안타 2개나 3개씩 치면 더 좋다"고 했다.

조용호는 리그에서 손꼽는 까다로운 타자다. 신장은 170㎝로 크지 않지만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으로 투수를 물고 늘어진다.

2020년 타율 0.296로 아깝게 데뷔 첫 ‘3할 타자’ 타이틀을 놓친 그는 올 시즌 타율 0.314로 순항 중이다.

조용호는 "3할 타율도 좋지만, 투수를 많이 괴롭히다가 볼넷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 타율보다는 출루율이 높은 게 낫다. 당겨친 홈런보다는 유격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가는 밀어친 안타가 더 좋다"고 했다.

조용호의 출루율은 0.385로 팀 1위이자 리그 전체 7위다.

치고 싶다고 마음대로 칠 수 없는 게 홈런이라면, 안 치려고 한다고 해도 나오는 것 역시 홈런이다. 조용호는 "홈런 쳐도 시즌이 끝나니까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번 쳐 보고 싶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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