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문제의 실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덜 사용하고 환경자원을 아끼는 소소한 노력은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효과를 의심케 한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어 내는 ‘나비효과’ 같은 일은 분명히 일어난다. 몽골 수원시민의 숲이 그렇다. 나무를 심어 동북아시아가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고, 심은 나무가 주민의 삶에 보탬이 되고,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수원시와 시민들이 한 그루, 한 그루씩 10년 동안 꾸준히 몽골에 나무를 심어 만든 ‘수원시민의 숲’의 이야기다.

2022년 8월 몽골 투브 아이막 에르덴 솜 지역에 조성된 ‘수원시민의 숲’이 초목으로 푸르게 뒤덮여 있다.
2022년 8월 몽골 투브 아이막 에르덴 솜 지역에 조성된 ‘수원시민의 숲’이 초목으로 푸르게 뒤덮여 있다.

# 몽골이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는 수원시민의 숲

지난달 25~29일 수원시민으로 꾸린 봉사단과 수원시 공직자 등 17명이 4박 5일 일정으로 몽골 투브아이막(都) 에르덴솜(郡) 지역을 방문했다. 방문단에는 한국나무병원협회와 수원시도시숲연합회, 수원시생태조경협회 등에 소속된 나무와 숲, 생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몽골을 찾은 까닭은 수원시와 시민들이 10여 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만든 ‘수원시민의 숲’의 상태를 눈으로 보기 위해서다.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골 수원시민의 숲은 수원시와 시민들이 나무를 심고 가꾼 곳이다. 10년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한 군데 모인 대장정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숲처럼 산속에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지진 않았지만 100㏊에 이르는 너른 평지에 키 작은 나무와 풀들이 뒤덮인 풀밭이다.

풀과 나무로 푸르게 덮인 현재의 모습과 달리 10년 전 이곳은 많은 지역이 사막으로 변해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기후변화로 빠르게 풀밭이 파괴돼 유목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환경난민으로 떠돌기도 했다. ‘환경수도’ 수원시는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고 국제기구의 환경 대응에 발맞추고자 이곳에 10년간 모두 10만4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몽골 수원시민의 숲이 조성되기 전인 2010년 현지답사 당시 급격한 사막화로 황량했던 사업 대상지의 모습.
몽골 수원시민의 숲이 조성되기 전인 2010년 현지답사 당시 급격한 사막화로 황량했던 사업 대상지의 모습.

이번에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수원시민의 숲에 심은 나무는 현재 5만4천여 그루가 살았다고 파악됐다. 2020년 생존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셈인데, 나무 가꾸기를 하는 지역이 안정돼 자리를 잡았음을 뜻한다.

더욱이 비타민나무는 스스로 번식해 나무를 심을 때보다 많게는 20%가량 늘었음을 확인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포플러의 경우 자연 상태에서 싹이 튼 어린 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국나무병원협회 전문가가 진행한 땅 조사 결과도 괜찮은 편이었다. 숲 가꾸기를 하는 지역의 땅이 바깥 땅에 견줘 습도가 높고 산도(pH) 역시 외부에 비해 평균치가 낮았다. 나무 가꾸기 사업 덕분에 오랜 기간 가축의 출입이 차단되고 나무와 풀이 활발하게 자라면서 땅 상태가 좋아졌다.

한국나무병원협회 쪽은 "나무 가꾸기 사업을 하는 지역의 땅 상태는 처음보다 훨씬 좋아졌으며, 유기물층의 발달이 시작돼 토양미생물 활력이 강해져 땅의 화학성과 물리성이 점차 나아진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림 10년사

모래바람 대신 푸른 풀밭의 변화를 가져온 몽골 수원시민의 숲이 태어난 시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지구가 더워지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다. 그때 환경수도를 꿈꾸던 수원시는 몽골이 사막으로 변화는 현상이 곧 수원의 문제라고 여기고 민간협력 사업을 구상했다.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의 밑그림을 그리려고 현지를 직접 찾아 환경 조사도 진행했다. 이렇게 해마다 10㏊씩 10년간 모두 100㏊에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는 나무 가꾸기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사업을 이끌 ‘휴먼몽골사업단’이 3월 창립됐고, ‘수원시민 한 그루 나무 심기 운동’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2011년 5월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을 위한 첫 식목행사가 진행돼 자원봉사자가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파는 모습.
2011년 5월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을 위한 첫 식목행사가 진행돼 자원봉사자가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파는 모습.

몽골 현지에서는 건조한 모래땅에 나무를 심으려고 튼튼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국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국제NGO 푸른아시아와 함께였다. 염소와 말 같은 가축의 피해를 막으려고 울타리 작업도 함께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첫 나무 심기 행사는 2011년 5월 26일에 진행됐다. 현지를 방문한 사업단과 수원지역 대학생 봉사자 등 42명이 구덩이를 파고 방풍림으로 쓰일 비술나무와 포플러, 버드나무 등을 심었다. 주민 소득에 보탬이 되도록 열매가 열리는 나무도 같이 심었다. 9월에는 현지 실태 조사단을 보내 나무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2012년에도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관개시설과 전기설비 등 기반시설을 다진 수원시는 2013~2016년 4년간 해마다 5월이면 규모가 아주 큰 나무 심기 행사를 열어 2만여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2016년 10만 그루 나무 심기 목표를 일찍 넘어섰다.

목표를 달성한 2017년부터는 ‘수원시민의 숲’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무 생존율을 높이려고 자동관수시설을 들이고, 묘목장과 퇴비장도 설치해 조림지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수원시민의 숲이 지역주민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방법도 찾았다.

# 나무와 함께 심은 ‘희망’

수원시와 시민들은 몽골에 단순하게 풀밭만 만들지 않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희망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100㏊ 규모의 수원시민의 숲은 500만㎡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는 직접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숲 가꾸기 사업에 생기를 불어넣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얼마간의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가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년간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에 기술력은 높이고 시행착오는 낮춰 몽골이 사막으로 바뀌는 일을 막는 사업이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지난 6일 오후 몽골에서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환경부 차관이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눴다.
지난 6일 오후 몽골에서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환경부 차관이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눴다.

몽골 정부 주도로 2030년까지 1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수원시민의 숲은 우수 사례로 꼽혔다.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비타민나무로 알려진 차차르간과 우흐린누드 등 열매로 소득을 올릴 만한 나무들이 7만7천여 그루에 이르러 주민들은 이를 활용해 수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수원시민의 숲을 관리하는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양묘장을 운영해 어린 나무를 팔아 돈이 되는 원천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수원시민의 숲을 관리하려고 조성한 ‘하늘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잘 자란 나무가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아 주길 바란다"며 "꽃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 (몽골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원시민들에게도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했던 대학생봉사단과 시민들은 "그동안 사막으로 변해 가는 몽골 이야기를 흘려듣곤 했는데, 몽골에서 나무를 심으며 마음속에 환경에 대한 관심도 함께 심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시와 몽골의 협력 관계도 이끈다. 지난 5~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청정대기 국제포럼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은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몽골 환경부 차관은 6일 오후 이재준 수원시장을 찾았다. 그는 수원시민의 숲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수원시가 (몽골에) 비결을 알려 주고 계속 교류·협력을 하자고 청했다.

이에 이재준 시장은 "몽골이 사막으로 변하는 상황을 막은 수원시민의 숲이 아무 탈 없이 자리잡도록 몽골 환경부의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한다"며 "앞으로도 환경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사항이 있으면 잘 돕겠다"고 화답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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