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위해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연금 개혁을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정부 방침은 현행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목표치 40%)을 조정하는 이른바 모수개혁에 무게를 뒀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국민들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지난달 24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할 연금 개혁 방안으로 ‘수급 개시 연령 상향(50%)’이 꼽혔다. 보험료율 인상은 27%, 소득대체율 인하는 23%에 그쳤다. 한마디로 ‘더 내거나 덜 받기보다 받는 시기를 늦추겠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가뜩이나 험난한 개혁 과제인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듯싶어 걱정이다. 연금은 젊고 소득이 있을 때 저축한 후 늙고 소득이 없을 때 보상을 받는 개념이다. 이것이 구현되려면 지속가능한 플러스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금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정부 부담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혜 계층을 넓히려면 대척점에 있는 그룹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수혜자·부담자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저소득층이 좀 더 혜택을 누리려면 고소득층의 부담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령층이 좀 더 혜택을 누리려면 청년층의 부담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세대 내 갈등’과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해 가느냐가 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그래야 ‘노후 보장과 소득 재분배’라는 연금 본연의 취지도 훼손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연금 개혁은 추진 방향과 절차, 세부 방침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이것이 없으면 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은 ‘노인연령의 상향 조정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65세인 노인연령을 장기적으로 74세까지 올리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년층 부양 부담을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고해 볼 만한 중요한 제언이 아닌가 싶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부양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중이다. 재정 여력과 국민 정서상 기금 확충이 여의치 않다면 ‘수혜 연령을 기대수명 증가에 맞춰 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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