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기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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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기피증
  • 기호일보
  • 승인 200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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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딸의 대학 입학을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가 최근 적발됐다는 보도가 있다.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는데 한국인 국적의 부인이 문제가 되자 외국인이던 남편은 서류상 부인과 이혼을 했고 딸은 외국인 신분을 얻었다는 얘기다. 자식의 장래를 위해 위장결혼까지 불사했다는 측은함에 이런 것이 부모의 심정인가 싶다가도 어리석은 행동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각자의 이기심 때문에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식 때문에 거짓 이혼을 하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에서 3년이 지난 뒤 혼인신고를 하는 신세대 부부들이 늘고 있다는 데 몇 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일은 특별한 가정의 사례로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결혼문화가 이처럼 급속도록 변화한 데는 이혼에 대한 불안감과 상대방에 대한 불확신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러한 생각은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됨에 따라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같으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오로지 남편의 월급에 기댔으니 생활력이 없는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혼만은 결사코 피하고 볼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신세대 부부들, 특히 여성 쪽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늦추자는 입장으로 일정기간 배우자의 검증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풍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신혼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혼남·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부부가 서로 합의하에 상대를 검증하자는 데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결혼식을 올리고서도 배우자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결혼 전과 같은 자유를 누릴라치면 결혼은 왜 하는 것이며, 동거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결혼에서 오는 책임감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살아보고 결정하자'는 것은 작은 갈등으로도 쉽게 이혼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분명 바람직한 결혼문화는 아닌 듯 싶다. 이혼이 결코 자연스러울 일은 못되지만, 호적에라도 이혼남·이혼녀로 낙인찍히기 싫어 의도적으로 혼인신고를 늦추는 풍토는 자신이 택한 배우자에 대해 그만큼 불신이 크다는 점에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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