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무부가 서울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죄 발생 초기 잠정 조치로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 2차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검찰도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 조치는 물론 구속영장도 적극 청구해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꼭 이렇게 참사가 터져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스토킹범죄의 법 제정 논의도 20년 이상 지속돼 온 사안이다. 이것이 지난해 3월 23일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다음 날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니 한 달 후 공포됐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국민의 분노와 여론에 떠밀려 급조된 법이었던 셈이다. 물론 형사처벌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시작하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래도 긴 논의 시간에 비하면 디테일과 실효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법 제정 당시부터 스토킹의 규정 범위가 좁고, 가해자에 대한 제재 수단이 미흡하며, 피해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의 97% 이상이 여성이고, 가해자의 93% 이상이 정신병력이나 전과가 있으며, 피해자·가해자 간 아무 관계가 없는 경우가 3분의 1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합의를 위한 협박 등 2차 범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 불가)를 존치시킨 건 납득하기 어렵다.

 허술한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항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규정은 피해자에게 입증의 어려움만 전가시키는 사화첨족에 불과하다. 그냥 삭제하는 게 맞다. 피해자 보호·지원체제도 미흡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여성 혐오냐, 보복 살인이냐’ 논란이 큰 듯하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나 갈등보다는 피해자 권리가 먼저다.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스토킹 지원센터 설립, 피해자의 긴급생계 지원을 가능토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등 관련 제도부터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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