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오면 옛 중국은 변방 이민족의 침입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제 곧 청량한 10월이 오면 중국은 새로운 체제를 수용할 것이다.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될 것이고, 11월 말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그를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3번째 결의라고 한다.

시진핑이 두드러지게 성취한 것은 부패 척결과 경제구조 개혁이라고 한다. 서방의 관측과는 달리 그의 정책이 중국 내부에서는 대참사로 보지 않으며 ‘코로나 제로 정책’도 성공적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는 험난한 장애 요소가 산적해 있다. 저성장의 경제, 실업 증대, 부동산시장 붕괴와 금융거품, ‘제로 코로나’ 강행 등에 의해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인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민족주의를 고취할 것이다. 즉,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무력 시위로 거세게 몰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미·중 간 긴장을 반기며 기후문제, 마약 밀매 등 글로벌 이슈에 관한 대화를 단절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결국 그는 국내적으로는 더욱 권력을 강화할 것이며, 국제적으로는 그의 야망인 ‘중국몽’을 앞세워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중국을 잠재적 전쟁위험국가로 더욱 경계하게 됐다. 

올해 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대부분 유럽 국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70~80%이고 일본은 87%, 우리나라는 80%에 달했다. 그리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8월 21일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 기획한 면접 조사에서 미·중 갈등에서 중국 지지는 2%, 미국 지지는 41%, 중국의 부상이 한국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75.4%가 위험요소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의 69.2%, 2019년의 66.9%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중국 내부에서도 시진핑 노선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전한다. 이들은 세 부류로 나뉘는데, 좌파 측에서는 시진핑이 마오쩌둥의 정책을 적극 재현하지 않는 데 있으며, 중도 측에서는 덩샤오핑의 경제개혁을 무산시킨 조치에, 우파 측은 정치적 토론을 근본적으로 금지한 조치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일반 대중에까지 전파돼 사회불안에 직면할 것인지는 향후 중국의 경제 사정과 주민 감시의 강도에 달렸다.

이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경제제재는 중국 반도체산업을 뿌리부터 흔들어 반도체 굴기 투자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이 추진하는 ‘Chip 4 동맹’은 중국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 독일도 중국산 원자재, 배터리, 반도체 등의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인 새로운 무역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상원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는 ‘타이완 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d 2022)’을 입안해 본회의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미국이 직접 군사개입을 하겠다는 언급으로, 기존의 타이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중국의 대내외 환경이 시진핑의 3연임이 순항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 이번 서울을 찾은 중국 서열 3위인 리수잔은 우리 정부가 행하기를 바라는 ‘5가지 응당’을 전하고 갔다고 한다. ‘편중된 대미 관계, 사드 설치 문제, 미국 컴퓨터 칩 문제, 타이완 문제 개입 반대, 미국의 패권주의에 편승하지 말라’라는 일방적이고 무례한 당부다.

역사상 국경을 마주한 국가 간에 평화로운 관계가 없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상대가 과거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패권 경쟁국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야욕이 이를 증언한다. 우리 이웃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려는 국가라면 평화공존에 기꺼이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웃이 그러하지 못하면 우리는 자주독립국으로서 동맹국과 함께 국익을 지키는 온갖 조치를 강구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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