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필자가 인천시 공예단체장을 맡은 지 5년이 지났다. 올해 재신임을 얻어 앞으로 4년의 중책을 더 맡게 됐음에도 재선을 기뻐만 할 수 없다. 이유는 앞으로의 임기 4년을 지난 5년처럼 아무 성과 없이 보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 때문이다. 

또한 공예 분야를 지원할 책무가 있는 주무관청의 뒷짐과 창립 60주년이 됐고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에 의해 존재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갑의 얼굴인 기관을 상대로 앞으로의 4년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간 필자가 체감하고 뼈져리게 느꼈던 건 그들은 본인 손톱 밑 가시만 아플 뿐, 남의 염통 썩는 줄은 모르는 무관심으로 인해 수많은 공예인들이 조기 은퇴를 했거나 직종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고야 말았다는 사실이다.

안타까운 건 이 나라의 산업화 이후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루기까지 공예 분야는 중추적 역할을 하던 산업의 역군이었으며 최고의 기술을 축적해 후대들에게 반드시 대물림해 줘야 할 장인들이 많은 세대라는 걸 인지조차 못한다는 점이다.

공직자는 사회 경험과 사업가 정신이 부족한데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지 않은 자의적 판단만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함이 고착화된 것이 문제이고, 쟁이들은 쟁이들대로 동료 의식 및 동업자 정신 부족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먼 나랏돈 혼자만 뽑아 먹으려 몽니를 부리는 것과 지금의 어려움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 하겠다.

공예 분야를 단순 시장과 개인의 영역으로 방치할 게 아니라 개개인의 역량을 살펴 산업과 예술을 넘어 문화적 관점에서 그에 걸맞은 정책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칼럼의 주제처럼 공예를 산업으로 볼 것인가? 예술로 볼 것인가 하는, 기실 어렵지 않은 정의와 꼭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소소한 부분까지도 적지 않은 세월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마치 그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처럼 책무를 회피하는 공직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 이 시점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산업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해 보겠다.

우선 공예를 산업으로 보는 것은 시장의 관점이고 예술로 보는 것은 행위의 관점인데, 행하는 개인의 생각은 각기 다를 수 있으나 공예품은 오직 먹고살기 위한 산업에서 출발했으니 산업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가속화하던 과거에 현재의 기반이 다져진 것이니 지난 세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공산품 대량생산이 아닌 멋진 작품을 예술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작가들 역시 생계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그 역시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예술은 없는가? 왜 없겠나. 우리의 삶, 우리의 일터, 우리의 손에서 탄생한 모든 작품이 예술이고 예술가 소리를 듣는 우리가 곧 예술 아니겠는가. 우리의 작은 행위가 산업과 예술을 넘어 문화가 되고 나아가 문명이 돼 인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긍지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꾼다는 철학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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