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급표.
공무원 직급표.

교육직 공무원 A씨는 최근 들춰 보기도 싫은 업무가 생겼다. 직속 선배 공무원이 떠넘긴 일이다.

이른바 ‘차관’으로 불리는 선배 공무원은 사무관 승진 시험을 준비 중으로, 자신의 업무를 후배 공무원들에게 쪼개서 넘겼다. 시험을 앞둔 선배 공무원을 ‘강제로’ 배려하는 관행이다.

A씨는 "‘차관’이라는 호칭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자신의 승진을 위해 업무까지 후배에게 떠넘기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공직사회에는 A씨 지적처럼 특이한 호칭의 직급이 하나 있다. 바로 ‘차관’이다. 본래 차관은 중앙부처에서 장관 다음의 2인자를 말한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서울시장(장관급)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17개 시도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일선 공직사회에서 통칭하는 차관은 팀장(광역 5급, 기초 6급) 바로 아래 직급을 말한다. 광역의 경우 ‘차기 사무관’이란 뜻도 있다. 지자체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00여 개의 과 단위 부서가 있고, 1개 과에 3~4개의 팀이 있음을 감안하면 ‘차관’ 호칭을 듣는 공직자가 지자체별로 수백 명에 이르는 셈이다.

공직사회에서 차관이라는 명칭이 생겨난 계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 ‘공무원 호칭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위직 공무원’으로 통칭되던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 공식 호칭을 ‘OOO주무관’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 전까지 하위직 공무원 호칭은 주사(6급), 주사보(7급), 서기(8급), 서기보(9급)로 나눴다.

당시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하위직 공무원’이라는 명칭은 신분 중심인데다 권위에 찌들어서 소통을 방해하고 공무원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시대 상황에 맞게 새로운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원래 없던 ‘차관’이란 호칭이 등장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부팀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호칭 변경을 추진한 지 10여 년, 오히려 처음보다 호칭이 더 늘어 혼선은 가중됐고, 후배 공무원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구태는 변하지 않았다.

A씨는 "‘차관’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혼나거나 눈치 없는 주무관으로 찍히는 분위기"라며 "군대 조직보다 더한 위계질서가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 "사무관 시험 준비를 위해 일을 거의 하지 않거나 자신의 업무를 팀원 수만큼 쪼개서 나눠 주는 경우도 있다"며 "모두들 언젠가 사무관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이런 문화를 참고 부당한 업무 분장도 떠맡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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